[한경에세이] 고인돌과 보험

낙수에 바위 구멍 뚫리듯이 보험도 미래 위한 인고의 과정

정문국 < 알리안츠생명 사장 munkuk.cheong@allianzlife.kr >
산과 들이 온통 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신록의 계절. 오랜만에 아내와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강화도.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채 시간을 거스르는 섬. 우리는 강화장터에 들러 옛 시장이 주는 활기를 듬뿍 받고, 항쟁의 흔적이 묻어 있는 역사박물관을 둘러봤다. 평화 전망대에 올라 북녘 들판과 송학산도 한눈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가슴에 가장 진한 여운을 남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연분홍색으로 물든 고려산에 우뚝 솟은 고인돌이었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이제까지 수많은 고인돌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남한에서 3만여기, 북한에서는 1만5000여기가 발견됐다. 이는 전 세계 고인돌의 40%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한다. 이전까지 아무런 감흥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던 고인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고인돌의 제작 과정, 특히 엄청난 크기의 돌을 깨는 과정을 듣고 난 후였다. 쇠로 된 정(丁)조차 없던 시절에 엄청난 바위를 깨뜨려 고인돌을 만든 비밀은 바로 대추나무 몇 토막과 물 한 바가지가 전부였단다. 먼저 자르고 싶은 바위에서 틈새를 찾아내거나 바위 위에 작은 구멍을 내 거기에 바싹 마른 대추나무 한 토막을 집어넣고, 나무 끝에 똑똑 물을 떨어뜨리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는 것이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머금은 대추나무는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결국 어느 순간 꿈쩍할 것 같지 않던 집채만한 바위가 쪼개졌다고 한다. 옛 선조들의 끊임없는 인내와 꾸준함이 이룬 놀라운 과정이었다. 꾸준함은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준다. 옛말에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처럼 꾸준함이 우리의 소중한 꿈을 이루게 만든다. 한번쯤 빨리만 가려는 조급함에서 꾸준히 오랫동안 갈 수 있는 올바른 방향 설정과 이를 위한 자기 점검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당신은 운전하기 바빠서 주유소에 들르지 않은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급한 마음에 서둘러 운전부터 하기 시작하지만, 만약 방향 설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전혀 엉뚱한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운행에 필요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차는 중도에 멈춰 버릴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초행길이라서 올바른 방향 설정이 우선이다. 빨리 가는 것보다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꾸준히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은퇴 준비를 위해 투자형 보험상품에 가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익률로 초조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보험이 주는 장기적 효용을 생각한다면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고 연연해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 아니다. 눈앞의 이해만을 세지 말고, 한 길로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이 성공적인 은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문국 < 알리안츠생명 사장 munkuk.cheong@allianzlif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