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 마이클 샌델 "레이디 가가 보려고 암표 구입…옳은 행위인가?"

'돈과 시장' 주제 延大 강연
“오늘 제 강연 입장권이 암표로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암표 거래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 안 드신 분은 이 투표권도 다른 분에게 팔려고 기다리는 건가요?”

마이클 샌델 교수(사진)의 일침에 청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1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은 샌델 교수의 강연으로 달아올랐다. 학생 주부 직장인 등 1만50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연세대 정문부터 노천극장까지 사람들이 1㎞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출판 기념행사를 위해 방한했다. 출판사에서 무료 입장권을 나눠줬지만 신청자가 폭주해 인터넷에서 암표가 3만~4만원에 거래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강연을 돈으로 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샌델 교수는 극장을 메운 청중을 보고 “대단하다(It’s amazing)”고 감탄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과 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사회가 대면한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 콘서트와 의사 진찰권에 대한 암표 거래 중 어느 것이 정당한지, 대학 입학은 매매 대상이 되는지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군 면제권도 예로 들었다. 샌델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인기가수 비에게 연봉 절반을 헌납할 경우 군 면제를 해주겠다고 하면 찬성하겠느냐”고 질문했다.

한 남자 고등학생은 “최근 축구선수 박주영의 군복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연예인이든 스포츠선수든 하는 일은 달라도 국민 의무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군인은 “국방의 의무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 가치로 환산하면 국방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특혜를 주거나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군복무는 비시장적 가치”라며 “돈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영역에서 비시장 가치를 몰아내는지에 대해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는 강연 끝무렵에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면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91%가 ‘돈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미국에서는 85%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돈의 지배력을 인식하고 얼마나 위협적인지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강의가 한국에서 시장의 역할, 시민의 의미가 무엇인지, 민주주의 삶과 시민의식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