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9분부터 '세기 마지막 금성쇼'…비너스, 아폴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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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49분까지 통과
다음번 '쇼' 는 105년 후
맨눈으로 관측하면 안돼
현충일인 6일 금성이 태양을 가로지르는 일명 ‘금성일식’ 우주쇼가 펼쳐진다. 로마신화에서 최고의 미녀로 등장하는 비너스(금성)가 최고 미남 아폴로(태양)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이날 오전 7시9분부터 오후 1시49분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금성이 태양을 통과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고 5일 발표했다. 금성의 태양 통과는 달이 태양 앞을 통과하는 일식과 마찬가지로 금성이 태양 앞쪽을 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일식과 달리 태양 전부와 일부를 가리는 모습이 아니라 작은 점인 금성이 태양을 지나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구에서 본 금성의 지름이 달에 비해 워낙 작아 태양 위의 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금성은 실제로는 달보다 지름이 4배 정도로 크지만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비해 100배 이상 멀리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 보는 크기는 달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크기가 이처럼 작아서 금성이 태양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현상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금성이 지구의 태양 공전궤도와 맞물려 일렬로 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243년에 겨우 네 번 발생한다. 1800년대 이후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것은 2004년 6월8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다음번 금성의 태양면 통과는 105년 뒤인 2117년이다. 6일은 21세기를 통틀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금성일식은 우리나라에서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고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일부 진행 시간에만 관측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을 외계행성을 찾는 단서로도 활용한다.
이번 우주쇼를 관찰하려면 몇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육안으로 관찰하다가는 망막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천체망원경 판매점에서 태양빛을 줄여주는 필터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번거로우면 집에 있는 CD를 이용할 수 있다. 반투명인 CD 위에 문방구에서 파는 셀로판지를 4~5장 붙여 관측하면 태양빛이 눈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용접공들이 쓰는 용접용 헬멧에 쓰이는 차광유리도 좋다. 철물점에서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다. 집에 있는 망원경·단망경은 태양필터 없이 사용하면 망막을 상할 위험이 크다. 렌즈가 빛을 모으는 돋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천문연 등이 전국에서 개최하는 관측 행사에 참가하거나 천문연 사이트(www.kasi.re.kr)에서 인터넷으로 고해상도 사진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이번 현상을 쌍안경이나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보는 것은 눈에 매우 위험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태양빛을 줄여주는 태양필터를 사용하거나 용접용 마스크 유리 등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