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YMCA 일대 골목길 살려…추억 서린 골동품점·화랑 둔 채로 재개발

건폐율·건물높이 완화
역사·문화 특수성 보존
공평 등 11개구역 적용

서울시가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에 ‘수복형 정비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서울 도심의 상업지역 재개발 방식이 완전히 바뀐다. 지금까지는 노후건물을 완전히 밀어버린 뒤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지었다.

앞으로는 추억이 서린 옛길과 고유업종을 그대로 살린 채 개발한다. 개발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제2의 피맛길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도심에서 오피스빌딩 공급 과잉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옛길·고유 업종 유지

서울시는 공평구역 관수동 낙원동 인의동 효제동 종로5가 주교동 오장동 충무로3·5가 쌍림동 등 도심 11개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91만㎡)에 이 같은 수복형 정비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인사동 공평구역은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탑골공원 사이 종로대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1978년 9월부터 19개 지구로 묶여 그동안 6개 지구가 기존 ‘전면 철거형’으로 사업이 완료됐다. 옛 국세청 건물로 알려진 ‘종로타워’(19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현재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5개 지구를 뺀 나머지 지구 가운데 미개발지구 6개 지구를 ‘수복형’ 정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61개 소규모 ‘개별지구’로 쪼개 필지별로 개발한다. 작은 필지 여러 개를 묶어 개발하는 ‘공동개발지구’는 3개다.

수복형 정비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 도입됐다. 그동안 서울시가 주민들과 협의를 벌여왔고, 작년 11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논의를 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며 “사업내용이 박 시장 ‘코드’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추진됐다”고 귀띔했다.

◆인사동+재개발 프리미엄 기대서울시는 수복형 정비로 전통 찻집이나 한정식 식당, 골동품점, 표구점, 화랑 등 특유의 업종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인사동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동시에 낙후된 지역을 재정비하는 재개발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골동품점, 화랑 등 전통문화지구 내 권장 업종을 유도하면서도 낙원상가 쪽에서 인사동길로 진입하는 초입 부지 등 3곳의 ‘전략적 정비지구’에는 관광숙박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반면 유흥주점이나 게임업체, 안마시술소, 커피전문점 등은 입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근 종로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인사동에선 16㎡(약 5평)짜리 작은 가게도 권리금이 5000만원이나 되고, 임차료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200만~250만원에 달한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재개발되면 지역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폐율·건물 높이·주차장 설치기준 완화시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축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건폐율은 당초 60% 이하에서 70~80% 이하로 늘렸다. 사실상 2층 이상 허가를 받기 힘들던 건물 높이도 3~6층(12~24m)으로 상향 조정했다. 부지의 20.2% 이상을 공원과 도로, 주차장 용도로 내놔야 했던 기부채납비율도 개별지구에는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 공동개발지구의 기부채납 비율은 10% 이내로 낮췄다. 이 밖에 시는 주차장이나 기반 시설 등에 대한 지원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서울시가 건축기준을 많이 완화해줬다고는 하지만 기존 개발 방식에 비하면 용적률과 층수가 현저히 낮아진다”며 “수익성이 사업 순항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