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 신분 밝힐 수 없는 맥도날드 임원은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행사에는 항상 마스코트인 '로날드 맥도날드'가 등장한다. 하얀 얼굴에 빨간 큰 입, 빨간 코, 빨간 머리를 하고 줄무늬 티셔츠와 노란색 바지를 입고 다니는 로날드는 맥도날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다.

로날드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닌 맥도날드의 고위 책임자급 임원으로 밝혀졌다. 로날드는 엄격한 자격요건 심사를 통과하고 본사 부사장의 면접을 거친 임원이다. 일반 임직원과 같이 입사 및 퇴사 과정을 거치고 매달 급여를 받는다. 8일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로날드의 직함은 '최고 행복 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 CHO)'다.

CHO는 맥도날드가 1963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로날드 맥도날드라는 마스코트를 만든 이후 탄생한 직함이다. 이 회사가 진출한 모든 국가의 지사에 존재한다. 한국맥도날드에도 도날드 CHO가 근무하고 있다.

CHO가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 맥도날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이들이 놀이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자선법인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자선재단'의 대표로 활동한다. 1974년 설립된 이 재단은 일본에 지진이 났을 때나 태국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당시 자선 모금 활동을 벌였다. 미국에서 골프 선수 미쉘 위와 함께 자선 행사를 진행해 지역 어린이를 위한 병원을 설립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로날드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 라며 "로날드가 하는 일이 막중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는 CHO를 지원하는 담당 부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맥도날드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그 업무를 맡고 있다" 며 "이 팀은 로날드의 연간 스케줄 관리뿐 아니라 한국 고객과 로날드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CHO의 가장 큰 특징은 마스코트로 분장하는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야 하고, 사적인 신분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CHO의 실제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은 동료들도 모른다.또 로날드는 어린이의 역할 모델이어서 흡연이나 음주 등을 할 수 없다. 다른 프랜차이즈 캐릭터처럼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로날드가 지켜야 할 수칙은 문서 70장에 이를 정도로 엄격하다" 며 "맥도날드 안에서도 해당 담당자들만 확인할 수 있는 극비 문서로 관리되는 가이드라인에는 외모 관리에 대한 내용, 장소에 따른 행동수칙 등이 게재돼 있다"고 전했다.

로날드는 2년마다 미국에서 온 로날드 매니지먼트팀으로부터 이런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을 받는다.한국맥도날드의 로날드는 지난 5월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전국 100여개의 맥도날드 매장을 순회 방문했다. 그는 매장에서 어린이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게임 및 마술쇼를 선보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