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내년부터 거래세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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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일반 주식매매와 형평성 맞춰지난 18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선물 옵션 스와프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방안이 이번 19대 국회 때는 빛을 볼 수 있을까. 파생상품 거래 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5년째 논란을 거듭해온 해묵은 사안이다. 줄곧 거래세 부과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기획재정부는 올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의원입법 안되면 정부안 강행 준비
◆업계 “시장 위축” 우려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내년부터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4·11 총선 공약으로 내놓긴 했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와 별도로 정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은 한국거래소 상장 여부에 따라 장내와 장외 상품으로 나뉘는데 재정부는 일단 장내 상품을 대상으로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와 정치권이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0.3%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일반 주식 거래와의 과세 형평성 때문이다. 여기에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 회피 방지 △새로운 세원 확보 △국내 파생상품 거래 시장 과열 양상 완화 등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는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있는 부산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재정부와 금융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지역별로 이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정부 “한국 시장 너무 투기적”
미국에서는 1990년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논의가 있었으나 미국 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을 우려한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일본도 1988년 거래세를 부과했다가 싱가포르로 투자 수요가 몰리자 1993년 폐지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대만이 유일하게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세원 발굴보다는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심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은 1996년 코스피200 선물을 거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파생상품 시장의 성공적인 도입을 명분으로 소득세와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거래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2007년께부터다. 시장 확대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세원 확보가 가능해진 데다 현물시장을 압도하는 과열 거래 양상을 완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는 지난해 전 세계 증권거래소별 거래량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체 계약건수는 39억1900만건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26.9%를 차지했다. 2위 유럽파생상품거래소(14억400만건·9.9%)와도 큰 격차를 유지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거래세를 0.001%,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높은 0.01%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안을 적용할 경우 연간 세수는 1600억원, 민주당 안은 그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파생상품주식·채권·통화 같은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금융상품. 코스피200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코스피200주가지수 선물은 미래 주가를 예측해 일정한 날에 매매할 것을 정해둔 상품이다. 옵션은 특정 시점에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선택권’을 매매하는 것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