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원금보장"은 유죄…"원금손실 없을 것"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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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가입자·금융사 직원 분쟁…대법, 금융사 직원 무죄 판결‘원금을 보장하며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와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투자 권유’는 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04년~2009년 가입자 해당
대법원은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던 시기(2004~2009년)에 전자는 유죄지만 후자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법은 투자 원금을 포함한 수익 보장을 내세워 펀드 등을 판매하면 안 된다고만 규정했을 뿐, 후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며 펀드 투자를 권유한 혐의로 기소된 모 금융사 금융상품 판매업무 직원 A씨(36)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57조는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업무 담당 임·직원은 투자 원금의 보장 등 수익을 보장하는 권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일 뿐”이라며 “‘원금 손실이 나지 않고 수익이 보장될 것’처럼 단정적 판단을 해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면서 거래를 권유하는 행위까지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원금 손실이 안 날 거라고 투자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는 말을 하며 거래를 권유했을 뿐, 원금 또는 수익을 사전에 보장·약속한 게 아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6년 10월 한 투자자에게 ELS 상품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면서 “요새 나오는 펀드가 실제로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주가가 내려가 ‘반토막’이 나도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소속된 금융사에서 그 전에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고 설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권유로 펀드에 투자한 고객은 2009년 해당 펀드 만기 기준 원금 2억원 중 8100여만원의 손실을 봤다. 이 고객은 A씨가 소속된 금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손실액 중 절반을 배상받는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함께 폐지됐다. 신법인 자본시장법 제49조와 제55조에는 ‘투자 권유를 할 때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면 안 된다’ ‘투자자가 입을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한다고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1심과 2심에서는 A씨에게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