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썩어서' 돈이 되고…

SK케미칼 '옥수수 신소재' 대우세탁기·삼성TV에 공급

OCI, 진공단열재 공장 증설
효성, 지난해 탄소섬유 개발

126년 전 유리병에 제품을 담아 판매했던 코카콜라는 1980년대 깨질 위험이 없고 가벼운 PET 병 제품을 내놨다. PET 병은 유리병보다 가격이 싸고 편하게 쓸 수 있지만 썩지 않는 게 단점이다. ‘썩는 플라스틱’을 값싸게 만들 수는 없을까. 친환경 신소재 개발은 글로벌 화학업체들의 숙제이며 시장 선점 경쟁도 뜨겁다. 환경오염 해결이 세계 각국의 과제이고 친환경제품을 선호하는 ‘착한 소비’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카콜라가 지난달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용기를 출시한 것도 착한 소비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 소비자 잡아라”국내에선 SK케미칼이 2009년 식물성 원료로 만든 에코젠이라는 썩는 플라스틱을 상업화하며 친환경 소재 시장을 열었다. OCI, 효성, 코오롱 등 국내 화학 섬유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에코젠과 스카이그린은 SK케미칼이 생산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다. 에코젠은 원유에서 뽑아낸 PET수지와 달리 옥수수와 밀 등 식물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다. 비스페놀A(BPA) 등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아 가전제품, 건축자재, 유아용품 등으로 널리 쓰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보다 20~30%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올 4월엔 일본 위생수지협의회의 안전위생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TV제품의 지지대에 에코젠을 쓰고 있다.

가공이 쉬운 스카이그린은 지난달부터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세탁기 도어창에 적용하고 있다. 세탁기에 친환경 플라스틱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유리 도어창은 깨질 위험이 있고 무거웠는데 스카이그린으로 바꿔 무게를 줄이고 안전성도 높였다”며 “가격이 유리의 65%에 불과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SK케미칼은 친환경 신소재로 글로벌 불황을 뚫는다는 전략이다. 안동현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은 “소비자들이 단순한 제품구매에서 벗어나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며 “2014년까지 스카이그린 생산량을 연간 7만에서 9만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CI, 진공단열재 생산 늘려

OCI가 2010년 내놓은 진공단열재 에너백은 보통 제품보다 효율이 8배 뛰어나다. 진공기술을 적용해 두께도 일반 스티로폼 단열재(13.3㎝)보다 8배 가까이 줄였다. 식품첨가물로도 쓰이는 친환경 소재 흄드실리카로 만들어 냉장고 등 식품 저장 용기 단열재로도 쓰이고 있다. OCI 관계자는 “상반기 중 기존 생산량의 6배인 연산 100만㎡ 규모의 공장 증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효성은 지난해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 내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연산 2000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아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코오롱은 강철보다 강도가 5배 높은 섬유 아라미드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제품 ‘헤라크론’은 스포츠용구, 선박·건축용 보강재 등으로 쓰이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