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언 작곡가 "국악 재해석…새 대중음악 탄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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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樂 페스티벌' 예술감독 맡은 양방언 작곡가“국악에는 다른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있어요. 음악을 몇 십년 해오던 저도 처음 들었을 때 박자를 못 맞춰서 헤맸으니까요.”
의사출신 재일한국인 음악가
2002년 아시안게임 음악 작곡
우리 소리를 이어가는 젊은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내달 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여우락 페스티벌(여기 우리의 음악(樂)이 있다)’에서다.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새로 창작된 ‘우리 음악’의 정수를 보여줄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재일한국인 2세 음악가 양방언 씨(52·사진)를 만났다. “모두 모여서 장난치듯 음악을 듣고 한바탕 놀다 가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자람 꽃별 정민아 등 국악을 새롭게 해석한 젊은 음악인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대중음악이 탄생할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과 일본, 유럽을 넘나들며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 활약해온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1980년 의대 2학년 때다. 아버지와 형, 누나들 넷 모두 의사와 약사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음악가로서는 힘든 시간을 다 보내고 한국에 온 게 10년 전.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를 먼저 찾았다.
자연을 테마로 수많은 뉴에이지 음악을 작곡해온 양 감독은 “제주도는 아버지의 고향이라 어린 시절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처음 보자마자 많은 기억과 이미지가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가 당시 국악을 접목시켜 작곡한 ‘프론티어’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등 수많은 국가행사 주제곡과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다. 양 감독은 “국악의 리듬을 듣자마자 복잡하면서도 흥겨운 가락에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여우락 축제에 초청받아 참석했다가 이번에 예술감독으로 영입된 그는 “여우락 페스티벌을 음악인들만의 접점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니라 일반인이 음악인과 한데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행사에 비해 규모가 3배로 커진 이번 페스티벌에는 전위적 성향의 타악 연주자인 박재천 씨와 작곡가인 그의 부인 미연이 국악인 안숙선 김청만 이광수 씨와 함께 꾸미는 ‘조상이 남긴 꿈’, 한국의 전통음악을 월드뮤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사물놀이패 노름마치의 ‘풍’, 소리꾼 이자람 씨의 ‘사천가’를 비롯해 우리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13개 팀의 작품이 소개된다.
그는 “국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국악을 새롭고 신나게 해석할 것”이라며 “음악이란 연주하는 그 순간에 나오는 예술인 만큼 남산의 숲속에 직접 와서 즐거움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정점은 다음달 21일에 있을 ‘여우락 콘서트’.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연주팀이 함께한다. 1부 실내공연과 2부 야외공연으로 나누어지며 KB국민은행 청소년 하늘극장에서 콘서트가 끝나면 곧바로 문화광장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양 감독도 21일 오후 4시 베이시스트 스즈키 히데토시, 바이올리니스트 스치야 레이코와 함께 콘서트 무대를 꾸민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