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증시, 마켓고수에게 묻다③]최웅필 "강세장에서 소외되지 않는 가치株 있다"

"깨지지 않는 투자가 결국 이기는 투자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펀드의 수익률 방어 능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세장에서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올 상반기 서울 여의도의 관심은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사진·41)에 쏠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KB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KB밸류포커스'를 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생펀드 'KB중소형주포커스'를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연초 이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그는 가치투자의 정도를 걸어온 펀드매니저 답게 <한경닷컴>과 인터뷰 내내 가치주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단기 시세를 낼 수 있는 종목을 중요시해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비법을 털어놨다.

◆ "단순 저평가 주식은 지양해야"

"보통 가치주와 우량주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연히 다릅니다. 가치주는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뒷받침된다면 예상보다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최 이사는 주가수익비율(PER)이 30% 이상 저평가된 종목을 주목한다.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 현금 창출능력 등 보조지표를 활용해 투자 기업을 선택한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작년 하반기 70만원대에 진입했을 때 이는 가치주 영역이라 판단해 매수에 나섰지만, 120만원대를 회복한 후에는 편입 비중을 점차 낮추고 있다.

일부 자산주와 같이 단순 저평가된 종목은 철저히 배제하고, 실적이 뒷받침되지만 잠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종목들을 찾아 내는 방법이다.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에도 이러한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중소형주 펀드에서는 바이오주를 주목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주는 성장 스토리는 있으나 실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베팅하면 그 만큼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죠.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도 IT(정보기술) 부품·장비주 등 좋은 기업이 아직 많이 숨어있습니다."

그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아직 가치주로서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본다.

최 이사는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게임, 컨텐츠, 드라마제작 업체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최근까지 실적 성장세와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주, 강세장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

이러한 매매 기법은 약세장에서 받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하지만 강세장에서도 소외되지 않는 종목을 발굴하겠다는 게 최 이사의 목표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가 급락장에서 30%의 손실을 낼 당시 가치 투자는 원금을 잃지 않았다고 가정해 본다면 일반 투자가 60%의 수익을 낼 경우 가치 투자는 수익률이 30%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10년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연복리 수익률은 가치 투자가 14.0%로 일반 투자 5.8%에 비해 2.4배 이상 수익이 좋습니다. 다만 한 해라도 강세장에서 가치 투자가 60%의 성과를 낸다면 연복리 수익률은 훨씬 뛰어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최 이사는 "'KB밸류포커스' 펀드가 지난해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주) 주도 장세에서도 관련주 편입 없이 시장을 이겼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유럽 위기가 향후 1~2년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낙관적으로 우상향을 점치기보다 2000선 이내 박스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는 주도주가 나오기 힘들고, 경기 민감주가 부각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최 이사는 "하지만 사업 모델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매크로 변수와는 상관 없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며 "펀드 투자자들은 시장과 상관 없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