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계 얼짱 김진경 "비싼 과외 없이 글 핵심 찾으려면…"

똑순이 작가, 재테크도 고수
"재테크도 계획적으로…'예금 풍차돌리기' 재미붙여보세요"


케이블TV 예능프로그램 자막을 보다보면 "저 자막은 누구 아이디어일까" 싶을 정도로 기발함에 웃음을 터질 때가 많다.'무한도전' 등 지상파TV 예능프로그램은 보통 PD가 자막을 달지만 케이블 TV의 경우 구성작가가 그 역할을 한다.

뉴스를 비롯한 시사교양프로그램은 물론 연예·패션 프로그램을 두루 소화하며 톱 구성작가 대열에 합류한 김진경 작가.

'KBS 세상의 아침' 'MBC 6mm 세상탐험' 'MBC 뉴스투데이' '동아TV 패션' '온스타일 가인의 패션왕' '성유리 론치마이라이프' 등 셀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작가 입문 12년차 김진경 작가를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나봤다.170cm의 늘씬한 키에 스타일리쉬한 모습이 그동안 머릿속에 그려왔던 뿔테안경을 쓴 수수한 작가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많게는 7개 프로그램을 맡아 일을 하기도 했다는데 가녀린 몸으로 감당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번 작업한 PD들은 다음 프로그램에서도 그에게 러브콜을 해왔다. 그런 덕분에 하루를 시간단위로 쪼개 열정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었다.그가 느끼는 작가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가상체험을 두루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패션리얼리티, 예능, 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다보니 일에 질릴 새가 없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에 들어갈때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김진경 작가가 방송작가의 길에 발을 디디게 된건 대학졸업후 방송국에 입사한 대학선배 소개로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면서 부터다.물론 초등학교때부터 글짓기 대회에만 나가면 입상을 도맡아하고 쌀을 타오기도 하는등 두각을 나타낸 학생이었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글의 논점을 찾고 구성력을 높이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고등학교때.

당시 작문 선생님은 '신문 사설을 읽고 3줄로 요약해오기'과제를 내주셨다.

사설은 내용도 어렵거니와 그 사설의 주제를 단번에 집어내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거듭된 훈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긴 장문의 글을 읽고도 빠른 시간안에 핵심을 찾아내게 됐다.

김 작가는 "신문 사설 읽고 요약하는 것만 꾸준히 해도 비싼 논술과외 선생님을 쓸 필요가 없어요. 신문 구독료는 월 1만5천원 가량인데 얼마나 경제적인 교육인가요?"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탓에 국영방송 작가로 첫 입문한 김진경 작가는 정통뉴스나 정책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부모님의 포근한 보호아래서 응석부리며 자랐을 듯한 외모의 김 작가지만 그의 인생에도 큰 굴곡은 있었다.

파일럿이자 소방항공대 대장으로 재임하셨던 아버지는 지리산 조난자 구조하러 나선 119구조대 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순직하셨다. 대학교 1학년때 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4년전에는 모델출신의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돌아가셨는데, 당시 인기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던 김진경 작가는 어머니 임종 2시간전까지 병원 컴퓨터에 코인을 넣어가며 대본을 완성해야 했다고.

또래 친구들보다 남달리 책임감이 투철하고 재테크 등 생활전반에 대한 자립심이 강하게 된 건 이런 요인에서 기인했던 것 같다.

30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포장마차를 운영했다거나 의류 쇼핑몰로 월 1천만원의 수익을 벌기도 했던 화려한 전력이 있다.

"요리를 좋아해서 포장마차를 하게됐고 의류 쇼핑몰도 나름 잘됐지만 결국 제가 해야할 일은 작가다 싶었어요. 다른 일도 재미는 있었지만 작가 일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미련없이 정리했죠"매사에 계획이 철저한 골드미스 작가의 재테크법은 어떨까.

"'예금 풍차돌리기'라고 아시나요? 전 한 계좌에 매달 일정액을 넣는 적금은 붓지 않아요. 대신 100만원씩이라도 여유돈이 생기면 새로운 계좌에 예금을 들죠. 그렇게 돈이 생길때마다 매달 1년내내 새로운 예금을 가입해요. 1년이면 매달 만기가 돌아오니 성질급한 한국인에게는 최고의 재테크법이에요"

적금은 만기가 1년이 돼야 돌아오기 때문에 만기전에 해약을 하게되면 손해를 보게되지만 예금으로 쪼개서 가입해 놓으면 적은 돈이 필요할때 적금을 깰 필요없이 소액예금 몇개만 해약을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재테크 아카데미도 틈나는대로 참여하고 '10년안에 10억 모으기' 카페에도 3년전 가입했다고 밝힌 김 작가는 "기혼자와 미혼자별로 각자의 돈모으기 비법이 담겨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좀더 진작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매 스터디를 듣는것 외에도 백화점 요리강좌 등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김진경 작가.

"나이 어린데 도도한 연예인들 섭외하느라 가끔 좌절감을 느낄때도 있어요. 하지만 나무만 보면 힘들게 느껴지던 일도 숲을 보면 아무것도 아닐때가 있잖아요. 글 쓰는 일이 제가 가장 큰 행복과 만족감을 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프로그램을 모두 다 잘하려는 욕심이 있다보니 3일 밤새는건 기본이었어요.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싶어 항상 인정받으려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즐기며 일하고 싶어요"김진경 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바로 드라마. "그동안에는 구성작가로서의 재능덕분에 여러곳에서 많이불러줘서 정통 드라마 준비에만 몰두할 수 없었지만 5년뒤에는 드라마 작가로 우뚝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