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뭄에 주식도 '가뭄'
입력
수정
밀 등 곡물가 급등…외국인 자금유출 우려세계적인 가뭄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이 주식시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곡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확산되면 각국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워져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소맥(밀) 9월 인도분은 3.05% 오른 부셸당 7.51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7일 이후 최고치다. 소맥 가격은 올 3월 말 부셸당 6.6달러에서 5월 말 6.44달러로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 급등세로 돌아섰다. 옥수수 12월 인도분 가격도 지난달 말 부셸당 5.55달러에서 27일 6.33달러로 14.1% 올랐고 대두(콩) 11월 인도분 역시 같은 기간 부셸당 13.4달러에서 14.1달러로 5.2% 상승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미국 중서부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 가뭄이 들어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곡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팀장은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등 통화 확대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려워진다”며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사라지면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 업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곡물 가격은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음식료업체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4분기부터 음식료업체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가뭄이 장기화될 수 있어 곡물 가격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