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없이 보송보송…건식욕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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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적어 세균번식 방지…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나
한샘·대림바스 등 경쟁
종합인테리어업체 한샘은 지난달 26일 롯데홈쇼핑에서 단일 브랜드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이날 방송에서 선보인 제품은 ‘하이바스’. 75분 동안 진행된 방송에서 36억7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하이바스는 욕실을 물기가 없는 건식(乾式)으로 조립·시공해 주는 제품이다. 가격은 시공비를 포함해 369만원. 방송이 시작되자 고객들의 주문이 폭주했다. 분당 최고 판매금액은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박형규 롯데홈쇼핑 생활인테리어 담당 MD는 “욕실도 인테리어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식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식 욕실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정 내 욕실을 호텔처럼 고급스럽게 꾸미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습기가 적어 세균 번식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간 2조원대에 달하는 욕실시장에서 건식 욕실 매출은 3~5% 정도에 불과했지만 앞으론 두 자릿수를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호텔처럼 고급스런 욕실 원해
건식 욕실은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배수구는 욕조와 세면대에만 있다. 샤워 부스나 샤워 커튼을 따로 설치해 물이 욕실 바닥에 튀는 것도 최대한 방지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대부분 건식 욕실을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호텔이나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곤 대개 습식 욕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건식으로 욕실을 개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원하는 주부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건식 욕실의 바닥엔 물이 없어 러그나 카펫 등 인테리어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습식에선 사용할 수 없는 원목 수납장 등도 배치할 수 있다. 조창연 로얄&컴퍼니 마케팅 팀장은 “이 때문에 건식 욕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연출하길 원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건강을 생각해 건식 욕실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건식 욕실엔 바닥이 말라 있어 곰팡이 등 세균 번식에 대한 우려가 적다. 습식 욕실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물기 때문에 미끄러질 염려가 없어 아이들을 키우거나 노인들과 함께 사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건식 욕실시장 경쟁 치열해져
이에 따라 한샘, 로얄&컴퍼니, 대림바스 등은 건식 욕실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샘은 욕실 시공일을 대폭 줄였다. 하이바스는 하루 만에 시공이 끝난다. 습식 욕실의 경우 대개 1주일가량 걸린다. 하지만 건식 욕실의 경우 모든 부품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선 조립만 하도록 할 수 있다. 로얄&컴퍼니는 건식 욕실뿐 아니라 건식과 습식을 혼용한 ‘로얄컴바스’를 출시했다. 우선 건식의 장점을 살려 벽 내부를 수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니멀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습식의 경우엔 이 같은 시공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습식 욕실의 특징을 살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었다. 조 팀장은 “기존의 방식대로 바닥에 물을 뿌려가며 문질러 청소하길 원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며 “습식을 고수하면서도 고급스런 인테리어 역시 원하는 이들을 위해 혼용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대림바스도 토털 욕실 솔루션 ‘바스플랜’을 통해 건식, 건·습식 혼용 제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