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실린 도종환 詩 삭제 권고…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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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단체 등 강력 반발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치적 중립성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학교 국어 검정 교과서에 실린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사진)의 작품을 빼도록 권고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평가원 측은 “교육과정에 특정 정당이나 종교, 인물을 선전하거나 정치적, 개인적 편견이 담겨선 안 되기 때문에 수정을 요청했다”며 “현역 정치인의 경우 작품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학교 국어 검정 교과서 16개 가운데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을 수록한 곳은 금성출판사 대교 등 8곳으로, ‘담쟁이’ ‘수제비’ 등 시 5편과 산문 2편 등 7편의 작품이 이들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에 대해 도 의원 측은 “정치적 목적 없이 쓴 시를 국회의원이 됐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태도”라며 반발했다.
작가들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도 의원이 부이사장을 지낸 진보 성향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는 이번 권고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치적 목적으로 쓴 시라면 이유가 되지만 삭제 대상이 된 시들은 정치인 이전에 쓴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고 했다.보수 성향 문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작가가 정치적 의도 없이 쓴 작품을 나중에 얻은 신분 때문에 삭제한다는 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민망한 일”이라고 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