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연계 은행대출 196조…금융권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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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리보 조작' 터지나…공정위, 증권사 10곳 조사
시중금리 떨어지는데 CD만 제자리 '의혹'
증권사 "담합 사실 없다"…은행권 조사에 촉각
‘한국판 리보 조작사태로 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금융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최근 국제 금융가를 강타하고 있는 리보 조작 사건처럼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대출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CD 금리를 조작했거나 담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사들의 도덕성 실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는 일단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가 CD 발행주체인 은행들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CD 금리 어땠기에
공정위는 일단 10개 증권사가 금융투자협회에 제공하는 CD 금리를 담합해 금리 하락을 막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중금리 하락에도 CD 금리가 거의 변동이 없었던 이유가 담합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CD 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이에 연동해 이자를 내는 대출자들은 상대적으로 과도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올해 들어 CD 금리는 통화안정증권이나 국고채 등 시중금리 인하에도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 금리는 지난 4월9일부터 지난 11일까지 3개월 이상 연 3.54% 수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기간 3개월짜리 통화안정증권이 연 3.38%에서 3.22%로 0.16%포인트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로 전격 내리면서 이를 전후해 연 3.24%까지 소폭 떨어졌다.◆증권사 “거래 실종으로 늘 제자리”
공정위가 증권사를 우선 조사한 건 CD 금리가 증권사 설문을 통해 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지난 5월 증권사들의 국민주택채권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 간 광범위한 금리 담합 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날 조사를 받은 증권사들은 CD 금리를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개만 하는 증권사들이 CD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며 “특히 자기매매를 위한 운용자금의 경우 ‘CD+알파’의 금리로 조달하는 만큼 오히려 CD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리보 조작 사건 이후 금융당국에서도 이미 CD 금리 산정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며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도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또 지난 몇달간 CD 금리만 실세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거래가 급감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결정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거래가 실종된 상태에서 준거 금리가 없다보니 대개 전날 금리를 금투협에 불러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타깃?
증권사들의 얘기처럼 실제 CD 금리에 영향을 받는 곳은 시중은행이다. 은행의 CD 금리 연동 가계대출은 196조원으로 전체(456조원)의 43%에 달한다. CD 금리가 올 들어 통안증권(3개월물) 금리(0.3%포인트)만큼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은행 대출 이자수익은 5880억원 감소한다. 그만큼 CD 금리 연동 대출을 받은 채무자는 은행에 이자를 덜 내도 된다.기본적으로 은행들은 발행주체로서 CD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7개 시중은행만 CD를 발행하는 만큼 은행별로 금리가 크게 다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은행들이 담합을 시도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물론 은행들은 이런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해 증권사와 은행 간 담합 가능성을 파헤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열 증권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CD 금리 조작에 가담하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조사대상 10개 증권사 중 KB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의 계열사다. 다른 증권사도 은행과 공모를 통해 CD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대신 자금이나 위탁거래 주문을 받았을 수 있다.
■ 리보 조작사건영국 2위 은행 바클레이즈가 2008년 은행 간 단기 금리를 실제보다 낮게 신고해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를 조작한 사건. 영국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발표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 금융지표가 조작됐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현재 JP모건과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대형 은행 10여곳이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환/김은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