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다 진짜 죽을라" 美 지방정부, 살기위해 디폴트

한달새 캘리포니아 3개市 파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도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살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 스콧 비어드의 말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샌버나디노에서는 올해 초부터 이런 여론이 확산됐다. 시의회도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구조조정을 하느니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샌버나디노는 이달 초 4500만달러의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샌버나디노처럼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지방정부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파산보호 신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함께 최후의 수단이었다.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지방정부들은 세금을 인상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파산보호나 디폴트로 자금줄이 막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방채가 회사채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러나 최근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지방정부들이 디폴트나 파산보호 신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무디스는 분석했다. 무디스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샌버나디노나 스톡턴을 보면 지방정부들이 과거보다 쉽게 디폴트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채권 채무가 모두 동결된다. 또 디폴트나 파산보호 상태에서는 공공서비스를 줄여도 여론의 반발이 평소보다는 크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용이하다.

하지만 회사채보다 국공채가 안전하다고 믿고 산 투자자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지방채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디스에서 공공부문 신용평가를 책임지고 있는 앤 반 프라흐는 “지방정부들이 전략적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추세가 지속되면 지방채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파산을 굴욕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도시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도시들이 잇달아 파산하고 있다. 이달에만 샌버나디노와 스톡턴, 매머드레이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 달 새 3개 도시가 줄줄이 파산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다. 워싱턴과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지역에도 재정난에 처한 도시들이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샌버나디노와 같은 대도시가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파산이 오명이라는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파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