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재개발 비리'…주민공동체 붕괴 '후유증'

툭하면 수백억원 횡령…주민들간 대립·몸싸움 …
‘OO노래방 146만원, XX아구찜 153만9000원, △△명태찜 149만5600원….’

서울 옥수동 옥수재개발12구역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조합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이다. 비대위는 조합장이 2010년 한 해 동안 며칠에 한 번은 이같이 돈을 쓰며 과도한 지출을 해왔다고 밝혔다. 옥수12구역 비대위는 이 같은 조합장 비리를 이유로 지난 17일 총회를 열어 조합장을 해임했다. 다음날 조합장이 ‘법원 허락 없이 연 총회는 무효’라며 버티자, 비대위 측은 조합사무실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급기야 성동경찰서 기동대가 출동해 주민 6명을 연행했다.

최근 정비사업이 끝났거나 입주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주민들 간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이 끝나 손익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조합 비리 의혹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 각 비대위는 “조합이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사업수익을 착복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비대위는 지난 4월 또다시 조합장과 조합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옛 잠실주공 2단지인 리센츠는 2008년 입주가 끝났다. 그러나 작년 말 조합 측이 해산 총회자료를 통해 ‘재건축 사업 결과 수익은 59억원’이라는 결과를 공개하면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한 서울 반포자이는 3600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59억원이 말이 되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잠실의 인근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이 완료된 서울 잠실동 엘스,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역시 현재까지 한 곳도 청산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2년 전 입주한 고척재개발3구역도 약 120억원의 조합 이익금을 놓고 공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관련 규제와 처벌이 강화됐지만 끊이지 않는다.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2009년 11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련 고소·고발 사건은 109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빈번한 재정비 부정·비리가 입주민들의 공동체 생활까지 붕괴시키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원 서울시 공공관리과장은 “조합 회계와 관련된 법제가 보완되지 않으면 비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정소람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