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미서 확인한 '건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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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해외현장 뛰는 한국인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62㎞ 떨어진 칠카. 포스코건설이 일반 발전소를 830㎿급 복합화력발전소로 개조하는 ‘칼파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현장이다. 필자는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의 석유 광산 발전소 공사 현장을 28년째 누비고 있다. 세계 최대 건설사로 꼽히는 미국 벡텔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건설사와 손발을 맞춰봤지만 한국 건설사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묵묵히 밤샘작업 모습에 경외감
호르헤 보르다 < 포스코건설 페루발전소 안전책임자 >
한국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세계 건설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이미 라틴아메리카의 발전플랜트 사업을 선전하고 있었기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도 크다. 페루와 칠레 등 중남미 국가는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던 스페인의 정치·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동안 중남미 발전 플랜트 시장은 스페인계 건설사들이 주도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시장에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인들의 업무 태도는 매우 놀랍고도 진취적이었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기한을 어기는 법이 결코 없다.
지난 2월의 일이다. 발주처인 칼파 제너레이션에서 요구한 준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스팀블로잉(steam blowing·가스 터빈의 폐열을 보일러로 보내는 배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 달간 진행하면서 한국 건설인들은 추위와 야간근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불평불만 한 마디 내뱉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남다른 근성과 우직한 성실성이 느껴졌다. 품질과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한국인 동료들이 얼마나 열성적인지 때로는 그들이 업무보다는 조금 더 ‘가족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그러나 주어진 목표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그들 덕분에 오늘날 한국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로 발전하게 됐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특히 올 6월 페루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한국 건설인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목숨을 걸고 척박한 해외 현장을 누비는 그들의 열정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한국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가족과의 특별한 날을 희생해가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한국인들은 충분히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땅에서도 자국의 산업을 돕기 위해 한국제 초콜릿이나 커피를 찾는 소박한 애국심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2010년 7월 착공한 페루 칼파 복합화력발전소는 어느덧 시운전과 함께 막바지 공정을 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포스코건설 동료들과 함께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훌륭했음을 증명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곳 페루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건설 코리아의 힘이 앞으로 남아메리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호르헤 보르다 < 포스코건설 페루발전소 안전책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