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동아시아 영토 '깃발꽂기' 경쟁

'남중국해' 입찰…필리핀 "내것 내가 파는 왜?"
'센카쿠' 매입…日, 290억 줄테니 3개 섬 팔아라"
'쿠릴열도' 개발…러, 근로자 보내 건물부터 세워

동아시아에서 영토 분쟁의 파고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등 분쟁지역에서 실효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이들 지역은 역사적으로 특정 국가의 영토로 분류하기 모호한 데다 막대한 해양자원은 물론 석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국들은 무력 충돌도 불사하면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분쟁 당사국들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어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중·필리핀 남중국해 분쟁 재점화

남중국해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버러 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31일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 대해 자원개발 국제입찰을 실시했다. 입찰 대상은 필리핀 남서부 팔라완섬 서쪽에 있는 3개 광구다. 이 중 1곳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수역인 리드뱅크 부근에 있어 중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필리핀은 이들 광구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호세 라유그 필리핀 에너지부 차관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배타적경제수역(EEZ) 범위에 있는 자원을 탐사하는 것”라며 “이들 해역에 대한 필리핀의 주권과 행정권은 명백하고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국제입찰과 관련해 사전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호주 니도페트롤리엄, 이탈리아 ENI, 프랑스 가스에너지업체 GDF수에즈 등 모두 15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입찰 참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이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난사군도 부근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300억TOE(석유 1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최근 주변국들과 남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이 거세지자 싼사(三沙)시를 새로 설립하고 시사 중사 난사 3개 군도를 자국 영토로 선포했다.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의 석유·가스개발 국제입찰에 대해 “중국의 행정권이 미치는 수역에서 벌이는 어떠한 탐사활동도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센카쿠열도 소유주 “도쿄도에 팔겠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 가운데 일본 국적의 민간인 소유 3개 섬을 20억엔(약 290억원)에 매입하려 했으나 소유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센카쿠열도 매입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액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매입 의사를 밝힌 섬은 센카쿠열도의 5개 무인도 중 우오쓰리시마(魚釣島) 미나미코지마(南小島) 기타코지마(北小島) 등 3개 섬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섬을 국유화한 뒤 악천후에 대비한 선박 대피용 항만시설과 등대를 설치하고 해양자원 조사·개발과 희귀 동식물 보호에 나설 방침이다. 민간인 섬 소유주는 일본 정부의 이번 제안을 거절하면서 센카쿠열도 매입을 먼저 추진한 도쿄도에 팔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극우 보수파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지난 4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종결시킨다는 차원에서 센카쿠열도 매입을 선언, 국유화를 추진 중인 일본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도쿄도가 지금까지 센카쿠열도 매입을 위해 모금한 금액은 13억9000만엔(200억원)가량이다.

이에 맞서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 민간단체 댜오위다오협회는 최근 국가해양국에 댜오위다오 및 그 부속도서에 대한 임차신청서를 제출했다. 섬을 빌려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러시아 쿠릴 개발 한국기업도 참여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가 쿠릴열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지역에서 일하는 한국과 북한 중국 등 외국인 근로자 수가 1500명으로 불어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에 약 1000명,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에 약 5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00년부터 쿠릴열도에 외국인 근로자를 받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국가 프로젝트인 쿠릴열도사회경제발전계획(2007~2015년)에 따라 이 지역의 도로 공항 항만 학교시설 등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사업에는 한국 건설회사도 참여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일본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7월 초에도 재차 쿠릴열도를 찾아 개발사업을 독려했다. 러시아가 쿠릴열도 개발에 투입하는 예산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인구를 늘려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일본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를 반복하고 있을 뿐 뾰족한 대응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도쿄=김태완/안재석 특파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