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장 파란잔디 봤어?…런던은 '화학기술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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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지난 2일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런던올림픽에서 첫승을 거둔 리버뱅크 아레나 경기장의 잔디색은 초록색이 아니라 파란색이었다. 필드하키 경기장이 1970년대 천연잔디에서 인조잔디로 교체된 이후 파란색 인조잔디가 등장한 것은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다.
이 인조잔디는 미국 화학회사 다우케미칼의 폴리에틸렌 수지(DOWLEX™)로 만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강하고 내구성과 복원성이 뛰어난 것이 이 수지의 특징이다. 특히 파란색으로 흰색 공과 흰색 라인의 대비를 두드러지게 해 선수뿐 아니라 관중들도 보다 선명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런던올림픽의 경기장들은 글로벌 화학회사들의 화려한 기술 경연장이기도 하다. 이번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다우케미칼은 지붕재와 바닥재뿐 아니라 경기장 트랙 등에도 첨단 화학 기술을 활용했다. 육상경기장 트랙엔 이 회사의 폴리우레탄 접합제가 쓰였다. 이 접합제는 고무 입자를 결합시켜 탄성과 표면 경도를 개선 것이 특징이다.
수상스포츠가 열리는 이튼 매너 종합경기장의 훈련 수영장엔 ‘저휘발성 유기 성분(VOC)’으로 구성된 다우의 에폭시 제품을 활용해 미끄럼을 방지했고, 경기장 곳곳에 붙은 홍보용 현수막에는 50만㎡(15만평)를 칠할 수 있는 섬유 코팅제가 쓰였다.
선수들의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복과 신발에도 화학 기술이 접목됐다. 러닝화 밑창엔 연비 좋은 타이어에 적용된 것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 부상 없이 달리기 위해서는 탄력과 접지력, 안정성이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특수화학기업 랑세스의 니트릴고무 제품 크라이낙(Krynac)은 육상선수들의 러닝화에 적용돼 젖은 트랙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