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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펀드 투자

해외주식형서 국내주식형 '갈아타기'…투자방식은 적립식·분할매수로
지난 7월 초 정책금리인 콜금리는 연 3.25%에서 0.25%포인트 하락해 3.00%가 됐다. 채권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무렵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콜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짜리 금리가 2.9%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초단기금리인 콜금리보다 아래로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줄줄이 하향조정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3.3% 수준까지 떨어졌다. 확정금리 상품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최근 투자 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자금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굴려야하는 예비은퇴자나 퇴직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투자판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시장에 대한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가도 걱정이다. 최근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는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곡물생산 국가에서 가뭄이 발생해 농산물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곧바로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신규투자자, 정도(正道)를 걷자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올 하반기까지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면서 기대수익을 이전보다 낮춰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 여건이 어려울수록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투자기간을 너무 짧게 가져가거나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과거 수준에 비해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우선 주식형펀드를 적립식 또는 일정기간 동안 분할매수하는 투자방식을 추천한다. 하반기 주가가 추가로 조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년부터 회복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때문에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지금부터라도 주식형펀드에 대한 적립식 또는 분할매수를 통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존 투자자의 펀드 리밸런싱

고객 대상 투자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늘 받는 질문이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해외주식형 펀드는 미련없이 환매하라고 권유한다. 대신 국내주식형 펀드로 갈아탈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첫째 2009년 말까지 있었던 해외주식의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이미 폐지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격흐름이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 국내 증시를 놔두고 굳이 잘 모르는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해외 주식시장이 오르면 국내 주식도 같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해외는 하락해도 국내시장은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던 경우도 많이 있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해외주식형 펀드를 환매해서 혼합형이나 채권형 등 다른 유형의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일한 주식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손실도 줄이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이라고 본다. ○펀드 만기가 도래했다면 중위험·중수익펀드에 주목

만일 기존에 보유한 적립식펀드의 만기가 돌아와 목돈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중위험·중수익 펀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위험·중수익 펀드란 ‘정기예금+알파(α)’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 공모주 펀드, 구조화 펀드, 자산배분 펀드, 해외채권 펀드 등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필자는 해외채권형 펀드가 저금리 시대를 맞은 국내 투자환경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라고 본다. 다른 상품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 환매는 어떻게

해외주식형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환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반면 국내주식형 펀드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은 좀 더 시장을 주시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어려운 국면을 겪고 있지만 국내 주가는 견조한 편이다. 각종 대외 악재, 경기둔화 우려 등 불안 요인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양호한 성과를 얻었을 것이다. 여기에 해당된다면 이제 수익을 실현하라고 권하고 싶다. 연말까지 한국은행에서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재기되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나설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된다. 시장의 기대에 크게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퇴직연금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자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개인연금 자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연금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수혜를 입는 자산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필자는 주식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시장도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라는 개인연금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주가가 레벨업된 것을 감안해 볼 때 국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쏠림은 ‘자산가격의 버블’을 낳는다. 미국은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2014년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금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점차 늘려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김용구 <대신증권 상품전략부 팀장 ykkim71@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