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옛 한라그룹 복원' 시동 걸다

계열사 되찾기…한라공조 우선매수권 확보

한라공조 대주주인 비스티온 M&A까지 고려
만도 최대고객 현대차도 인수 적극 지원 약속

2010년 5월19일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의 증시 재상장 첫날.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은 “한라공조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12년 8월7일, 정 회장의 ‘한라공조 되찾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만도가 국민연금과 한라공조 주식의 우선매수권 협약을 맺으면서 정 회장의 꿈이 한발짝 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라공조는 한국,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 13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공조 시스템(에어컨·히터) 생산 기업이다.

◆옛 한라그룹 복원의 꿈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재계 순위(자산기준) 12위였던 한라그룹은 경영난으로 핵심 계열사들을 매각했다. 만도(옛 만도기계), 한라공조,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 보워터펄프제지(옛 한라펄프제지) 등이다. 10여년이 지난 2008년 어렵게 만도를 되찾은 한라는 한라공조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김홍두 한라그룹 부회장은 “정몽원 회장은 오래전부터 한라공조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만도가 국민연금과 한라공조 지분 우선매수권 협약을 맺은 것이 한라공조 되찾기의 첫걸음이다. 만도는 이날 협약 후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공개매수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 협약 체결은 자금력이 풍부한 국민연금과 제휴해 한라공조 되찾기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라며 “공개매수 문제를 매듭짓는 대로 비스티온과 한라공조의 미래에 대해 협의할 용의가 있고 이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라는 비스티온의 주주가 FI(재무적 투자자) 펀드로 구성된 점을 감안, 한라공조 지분 매각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한라그룹은 한라공조 인수에 나선 데 대해 “한라그룹이 직접 창업한 공조분야 글로벌 빅4 중 하나인데도 대주주인 비스티온의 재무적 리스크 때문에 평가절하돼 있다”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만도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완성차 가운데 만도는 GM, 한라공조는 포드 중심으로 고객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자동차 핵심 부품사는 국적 기업이 되는 것이 좋은 만큼 만도와 한라공조를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한라공조 인수 어떻게

한라그룹은 매칭펀드(공동자금출자) 방식으로 한라공조를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라 관계자는 “그룹과 국민연금 외에 다른 투자자가 일정 비율의 자금을 출연하는 형태로 비스티온이 가진 지분 일부 혹은 전량(70%)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비스티온 자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라그룹의 한라공조 인수 추진에 대해 범현대가도 적극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공개매수를 시도할 때 국민연금 등과 접촉, 국부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한라그룹은 2008년 만도를 되찾을 때도 국민연금, 산업은행, KCC와 컨소시엄을 이뤘다. 한라공조는 매출의 75%가량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이건호/전예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