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머리 모양 상표는 누구의 것

여우 머리 모양을 본뜬 상표의 저작권을 놓고 일어난 분쟁 항소심에서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가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기택)는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인 폭스헤드(Fox Head)가 “폭스헤드의 여우 머리 모양 상표를 모방한 표장을 붙인 제품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국내 업체 폭스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폭스헤드사의 상표는 여우 머리 모양을 독특하게 형상화,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의 특성을 갖췄다”며 “폭스헤드사가 미국에서 이 두 종류의 상표를 발표한 시점인 1976년, 1990년을 기준으로 각각 50년 동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외국 저작물을 실질적으로 이용해 왔더라도 1996년 7월1일을 기준으로 그 지위를 잃게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1996년 7월1일 이후 폭스코리아가 출원한 상표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폭스헤드사는 1974년 미국에 설립된 후 산악자전거, 자전거용 의류, 스포츠 장비, 신발 등을 생산·판매해온 회사로 자사의 여우 머리 모양 상표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50여개 국에 등록했다. 폭스헤드사는 폭스코리아가 2007년 10월 자사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타인에게서 넘겨받아 국내에 상표권 등록을 마친 사실을 알고 특허심판원에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제기했으나 심판원은 폭스헤드 상표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폭스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폭스헤드사의 상표와 폭스코리아의 상표가 유사하긴 하지만 폭스코리아가 폭스헤드 상표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