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육성 좌담회 "중견기업 3000社 육성할 법·제도 정비 시급"

[지경부 주최·한경 후원] "피터팬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해야"

“작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 피터팬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단 없는 성장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난 14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육성 종합 전략에 대한 평가와 추진 방향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정재훈 지경부 산업경제실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강호갑 신영(자동차 부품업체) 회장,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권혁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본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정부가 지난 9일 중견기업 3000개를 육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윤 회장=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대책에서 중견기업을 분명한 산업 주체로 인정 한 것이 의미가 있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체계화된 셈이다. 이는 앞으로 정부의 각종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을 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석 부원장=지금은 개별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 경쟁이 이뤄지는 시대다. 이 생태계에서 중견기업은 미드필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다수의 미드필더를 육성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교수=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강 회장=하도급법 등 관계 법령을 서둘러 개정해 법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신영은 작년 매출이 7445억원이었다. 현행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 때 받았던 금융 혜택뿐 아니라 하도급법에 따른 우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인력 문제도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 중 하나다. 중견기업 근로자 중 62.7%가 입사 후 1년 이내 이직을 하는 반면 5년 이상 근무한 재직자의 이직 비율은 6.1%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정 실장=정부는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마의 5년’을 넘길 수 있도록 5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이 혜택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중견기업 연구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5년 이상 재직하기로 약속한 핵심 R&D 인력을 ‘차세대 리딩 엔지니어’로 지정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권 본부장=생기연에서는 석·박사를 중심으로 학생연구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기업과 함께 사전에 교육부터 취업까지 공동으로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 교수=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강 회장=중견기업이 해외 나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 실장=KOTRA 무역관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세무, 마케팅 등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조만간 씨티뱅크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견기업도 작은 혜택에 만족하기보다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