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주택용지 경쟁률 수백대1…수익형 '인기'

부동산 불황기 주택투자 패러다임 변화

월세 보장 물건에 수요 몰려…경매도 임대수익형 주택 선호
토지시장도 중대형은 미분양…대형·고가주상복합 거래 급감
부동산 경기 활황 시절 인기를 끌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수도권 타운하우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대신 점포 겸용 택지와 소형 아파트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선호도 변화는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시세차익’에서 ‘수익(임대수익)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소형 수익형 부동산’ 선호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점포 겸용 택지와 소형 아파트 인기

최근 부동산 투자 유망 상품은 점포 겸용 택지와 중소형 아파트, 원룸형 오피스텔이다. 경매시장의 경우 2006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가장 높았던 재건축 아파트는 외면받는 반면 원룸으로 구성된 다가구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역세권 소형 주거시설도 경매에 나오기 무섭게 낙찰자를 찾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용지 중 점포 겸용 택지는 높은 경쟁률 속에 주인을 찾지만 중대형 아파트 및 타운하우스 부지는 미분양으로 남기 일쑤다.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고가 아파트는 최저 응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가도 매수세가 없다. 3.3㎡당 2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공급되던 경기 용인과 화성 일대 타운하우스에는 ‘분양가 50% 할인’이라는 현수막까지 걸렸다.주택업체들도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공급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분양 물량의 72.3%였던 85㎡ 이하 중소형 주택 비율이 올 들어 88%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만 분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소형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세차익형에서 수익형으로 변화주거용 투자 상품이 달라진 건 급변한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의 잣대는 시세차익이었다. 시장이 호황기 때는 사놓고 기다리면 수익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산 가치 하락 속에 부동산 투자 패턴도 달라졌다. 가만히 앉아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는 상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원룸형 오피스텔 같은 소형 주택은 예전 아파트처럼 한꺼번에 2~3배 이상의 차익을 얻기 어렵다. 대신 50만~100만원의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한 번에 쥐는 목돈은 아니지만 매달 받는 연금과 같은 구조인 셈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주거시설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인구 변화로 수익형 부동산 관심 지속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수익형 주택 선호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이 55~60세인 점을 감안하면 퇴직 이후 20년 이상 살아야 해 안정적인 임대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 835만5000가구(48.1%)인 1~2인 가구(통계청 추정)가 2035년 1520만7000가구(68.3%)로 증가하는 것도 소규모 주거 시설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인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80%에 달한다”며 “은퇴자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대형 주택을 팔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심 외곽의 타운하우스나 대형 면적의 주상복합은 분양가 거품을 빼는 노력 없이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중소형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면서도 단독주택을 짓는 것보다 비싼 분양가로는 수요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몸집이 가벼운 주거시설이 앞으로도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