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뒤통수 친 소셜커머스…중국산 짝퉁 판매

[인사이드 Story] 기업 매출 줄고 이미지 타격…쿠팡·그루폰 "고의성 없었다"

소비자 피해 상담 50배↑
과도한 입증책임 규정 탓
피해보상 받기도 어려워
여행정리가방을 만드는 인현공방의 유경희 사장은 지난달 중순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터넷 검색 도중 국내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자사 제품을 베낀 중국산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걸 확인한 것이다. 쿠팡은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백스 인 백(bags in bag)’이란 인현공방의 상표가 붙은 가방세트를 정가의 40% 가격에 판매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인현이 만든 정품이 아니라 ‘서연테크’란 국내 업체가 수입한 중국산이었다.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의 횡포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사 제품을 베낀 중국산 짝퉁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유통되는 탓에 매출이 급감하고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 그동안 소셜커머스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업체들에 새로운 ‘대박’ 루트로 통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오히려 소셜커머스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중소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인현공방 사건은 중소기업의 새로운 유통채널로 각광 받던 소셜커머스가 뒤통수를 친 대표적인 사례다. ‘백스 인 백’은 복잡한 여행 가방을 용도별로 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현공방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 제품은 실용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덕분에 이 회사 매출은 매년 30%씩 늘어나 지난해엔 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성수기인 휴가철에도 매출이 급감했다. 유 사장은 “6~7월 매출은 한 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하지만 올해 이 기간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품질이 나쁜 짝퉁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 그는 “2009년 창업 이후 쌓아올린 신뢰도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현공방은 쿠팡을 상표권 침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쿠팡 측은 “담당MD가 해당 상품을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1인 기업인 챈스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루폰코리아는 지난 2월 이 업체의 ‘왁스실’ 제품의 이미지를 도용한 상품을 유통시켰다. 왁스실은 밀랍 등을 녹여 편지나 서류를 봉인하는 데 쓰이는 제품이다. 류우식 챈스하우스 사장은 "판매 중지를 즉각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루폰 측은 "상품페이지상에 동일이미지가 게재된 것은 해외파트너사에서 전달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며 고의성을 없었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키엘 수분크림, 뉴발란스 운동화 등 유명 해외업체 제품들의 짝퉁도 소셜커머스에서 대량 판매됐다.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의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2010년 도입 당시엔 5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중소업체들과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2010년 35건에서 지난해엔 1761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조우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소셜커머스 측에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중소업체가 입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그걸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상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도 미흡한 실정이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 5곳은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마련, 구입한 물건이 가짜일 경우 구입가의 110%를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강제할 방안은 없다. 쿠팡은 이번 사건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만 고지했다.

김희경/김우섭/박상익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