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지린은행과 화학적 융합"…中고객 접점 넓히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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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20주년…차이나 2.0 시대 (5·끝) 중국 금융, 역발상으로 뚫는다“‘못 합니다’와 ‘안 합니다’의 차이.”
하나은행에서 중국 지린은행으로 파견된 지성규 부행장의 집무실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글이다. 지난 13일 만난 지 부행장은 매일 아침과 점심에 시간을 내 중국인 직원들에게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었다. 처음 100명으로 시작한 ‘수강생’은 5개월이 지나며 40여명으로 줄었지만 간단한 대화는 한국어로 나눌 수 있게 됐다. 그는 “중국과 홍콩을 무대로 1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현지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한국어 교육도 화학적 융합수단의 하나”라고 말했다.
지린은행은 2007년 지린성 정부가 지린지역 은행을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500억위안 정도였던 총자산이 올 6월 말 현재 2021억위안까지 느는 등 빠른 성장세다. 하나은행은 2010년 5월 21억6000만위안을 들여 지분 16.98%를 인수했다. 지린성 정부가 산하 자회사들을 통해 49%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개별 주주로서는 지분이 가장 많다.
하나은행은 지 부행장과 부장급 직원 2명을 지린은행 본사에 파견, 은행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지 부행장은 2002년 홍콩 근무를 시작해 2004년 선양, 2007년 베이징 지점 개설을 책임지는 등 하나은행에서 중국통으로 통한다.그는 “지린은행은 직원 8000명, 지점 수 360개로 지린성 내 최대 은행”이라며 “지분 인수를 통해 하나은행은 중국 고객에 직접 다가갈 수 있는 활로를 뚫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분 투자 후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개설 및 운영 서비스 등 한국의 선진 금융기법을 지린은행에 전수해 주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지린은행 덕분에 국내 거주 중국인들에게 보다 편리한 본국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계좌만 갖고 있으면 중국 내에 은행계좌가 없더라도 지린은행을 통해 가족이 송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 부행장은 “북한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지린은행은 평양과 나진에 지점을 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북한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