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세 꺾인 '강남 8학군' 전셋값 버블 꺼지나

대치동·목동·중계동 '에듀 푸어'에겐 비쌌다… 대입제도 변화도 영향

지난달 서울의 명문 학군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학군 이름값에 비례해 오른 전셋값이 '에듀 푸어'에게 부담되는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성적보다 인성이나 창의성 등을 평가하는 대입제도의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27일 부동산114가 2009~2012년 서울 지역의 7월 전세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대표적 명문 학군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의 전셋값이 올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세가격은 6월에 비해 대치동 0.06%, 목동 0.11%, 중계동 0.04%씩 내려갔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전셋값이 0.01% 오른 데 비해 뚜렷한 하락세다.

반면 2년 전 2010년 7월 전세가격 상승률은 대치동 0.06%, 목동 0.43%, 중계동 0.06%로 모두 서울 전체 평균치(0.04%) 이상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대치동 2.3%, 목동 0.69%, 중계동 1.13%씩 올라 올라 서울의 평균 상승률(1.16%)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이들 명문 학군의 전셋값이 최근 약세로 돌아선 것은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올라 진입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에듀 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만큼 교육비 지출로 인한 가계 부담이 커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 침체에다 학군 대체 효과가 겹치면서 학원 밀집지역인 이들 지역으로 전입하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 부동산 불패를 자랑하던 강남 8학군을 비롯한 '학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 학생들이 인근 경기도 지역 혁신학교로 이동하는 추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달 서울 금천구에서 열린 '금천시민대학'에서 "강남 학생들이 경기도 혁신학교로 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며 "혁신학교가 입시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올해 경기도 지역에서는 7개 혁신학교가 대입 수험생을 배출한다. 이들 학교가 올 대입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있다.

대입 제도의 변화는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이 전형은 대학들로 하여금 수험생의 성적보다 인성과 창의력, 특기 등의 '정성 평가'를 반영해 선발하도록 했다.

지난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학부모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모집 인원 역시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명문대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도입해 비중을 점차 확대함에 따라 명문 학군들의 학원가 입시교육 수요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실제로 성균관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합격생들의 출신 고교가 2009년도 183개에서 2011년도에는 286개까지 늘어났다. 경희대 역시 일반 전형들의 경우 1개 고교당 0.54명을 뽑은 데 비해 입학사정관 전형(2011년 기준)으로 고교당 0.74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모두 합격생의 출신 고교가 다양해졌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몇몇 학군에 집중되던 명문대 진학 수요가 여러 지역으로 다변화됐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 관계자는 "최근 입학사정관 전형의 허점으로 질타를 받고 있지만 지역별·계층별 교육 균등이나 사교육 억제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장점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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