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스도 세금 내라니"…정유4사, 32억 취소 소송

정유회사들이 원유 할당관세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할당관세는 수출 장려나 수입 억제를 위해 수입품 가격과 수량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관세 제도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등 SK 계열사 4곳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관세 32억여원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에쓰오일도 “관세 14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역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정유사들은 할당관세 부과 대상인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서 어디까지를 관세율 0%로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과세당국과 해석 차이를 보이다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그동안 서울세관 등은 나프타 자체를 수입할 때 관세율 0%를 적용하는 점을 감안, 나프타 제조용 원유를 수입할 때도 일정 물량까지는 나프타 자체 수입처럼 할당관세로 관세율 0%를 적용했다. 이 물량은 대한석유협회가 정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2008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1.5% 정도의 가스를 ‘사라진 부분’(손모·Loss)이 아닌 부산물로 판단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가스를 부산물로 보면 관세율 0%를 적용하는 물량이 줄어들어 정유사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2004~2008년 할당관세 적용물량을 다시 정해 세금을 추가 징수키로 하자 정유사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정유사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는 폐가스로, 제품화해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산물이 아닌 손모로 봐야 한다”고 소송 이유를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