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極東의 오타쿠로 전락할 것인가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홍보영상을 제작해 국제 여론몰이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일본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도 독도불법점거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민당이 집권하면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과거사 반성 담화와 일본군위안부 강제연행 사죄 담화 등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열도가 이상하다. 비정상적 분노만 분출하고 합리적 상식이 사라지고 있다. 마치 전체주의 집단최면에 의해 국가 이성이 마비된 사회로 퇴락되어가는 느낌이다. 언론도 제 정신이 아니다. 요미우리는 ‘위안부 사죄 담화는 재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비교적 양식 있다는 아사히마저 ‘이명박의 독도방문은 잘못’이라고 몰아붙인다. 물론 일본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상처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0년 경기 불황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엔고와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에너지 문제 등 온갖 악재만 넘쳐난다. 일본의 황금시대를 살았던 노년층과 일자리가 태부족한 젊은층의 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어제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일본의 경기침체가 우경화를 낳았다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지적은 그런 면에서 일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외국 영토를 억지로 자국의 영토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비문명적 행위다.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근대화에 나섰던 일본이었다. 미국에 의해 개방국가로 나선 지도 160년이나 된다. 타고난 검소함과 근면함, 단합 정신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일본이었다.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일본인들의 고유 문화다. 그런 일본이 지금 이성과 양식을 내팽겨치고 오타쿠(은둔형 마니아) 국가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는 올해 1월1일 사설에서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으며 일본 재생을 위해선 국가 목표로 글로벌 사회에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일본이 필요한 것은 남의 영토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더 큰 개방국가로 가는 것이다.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기생하려는 일본 정치가 더 큰 문제다. 과거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