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물어도…걸고 또 걸고…불황엔 '현수막 마케팅'이 최고?

부동산 프리즘
‘실입주금 3000만원’ ‘파격조건 변경, 분양가 20% 납입시 즉시 입주 가능’.

수도권 분양시장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한 명의 수요자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거리의 ‘현수막’ 홍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제작비용은 단돈 몇 만원에 불과하지만, 모델하우스에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늘어나는 등 마케팅 효과가 제법 높다는 판단에서다.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와 멀지않은 서울 강서·마포구 등의 역세권이 대표적인 ‘현수막 마케팅 선호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현수막은 통상 300~400장, 많게는 600여장 정도 제작된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거리 현수막 게재는 대부분 불법이어서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게 된다”며 “하지만 미분양 해소 효과가 쏠쏠한데다 다른 마땅한 광고방법이 없어 벌금을 각오하고 현수막을 달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분양 현수막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들은 가로 5m 길이의 현수막 1장당 15만~30만원가량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줄기차게 내걸리는 현수막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강서구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지난달 적발한 불법 현수막 2600여건 중 70%가 미분양 건이었다”며 “이들에게 부과한 벌금만 한 달에 200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일부 건설사나 분양대행사는 아예 현수막이 적발될 때 내야하는 벌금을 마케팅 예산에 잡아놓기도 한다. 예컨대 아파트 외벽에 거는 대형 현수막의 경우 전체 비용이 700만원 선인데, 이 중 벌금만 500만원 정도에 이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벌금을 선납할 경우 400만원 정도로 할인받을 수 있어 지자체에 미리 신고하고 불법 현수막을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금요일 오후에 현수막을 붙였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떼는 ‘게릴라 현수막’ 방식도 많이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