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굴리며 ROE 회복…대형증권사, 채권투자는 '다목적'

조직 개편·회사채 인수 나서
대형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로 확충한 자기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채권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한국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채권 수익성이 개선되자 증권사들은 악화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회복할 대안으로 채권 관련 업무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일 자기자본을 통한 채권 투자를 늘리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ROE 회복을 위해 채권 중심의 자기자본투자(PI)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시장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 때문에 기관은 물론 개인들의 자산관리 상품으로서도 매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국고채 30년물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8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국고채 30년물 입찰에 가장 비싼 가격(낮은 금리)으로 참여했다. 향후 두 달간 발행되는 물량 8000억원 가운데 2400억원을 10년물보다 불과 0.03%포인트 높은 금리로 인수키로 결정해 경쟁 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 증권사는 국내외 채권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지난달 27일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도 이런 믿음에 힘을 보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도 국내 장기채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연 3.02%로 국내외 경기 둔화 전망을 감안하면 여전히 하락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리와 신용등급이 ‘Aa3’로 같은 일본은 연 0.80%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회사채 발행물 인수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 1~8월 5조4044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인수해 점유율 1위(8.21%)를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5조2566억원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이들 대형 증권사는 3000억~500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 여유를 활용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인수한 뒤 시장에 내다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 동시에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평가이익을 노리고 보유 채권의 금리 변동 위험 중 일부는 헤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보유 규모가 많은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하로 상당한 평가이익을 누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