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경쟁과 싸움은 다르다…주위를 복되게 하라

<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
전화를 걸 때마다 부탁만 하는 사람이 있다.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여지없이 또 부탁이다. 이후에는 어지간해선 받지 않게 된다. 내게 ‘기피 인물’이 됐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고생을 많이 한 공통점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고 입사해서도 동료들을 밟고 승진한 경우가 많다.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보이면 먹힌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니 남에게 밥 사는 법도, 술 마시고 흐트러지는 일도 거의 없다. 개인 경쟁력은 엄청나게 높지만 동료들이나 다른 회사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에는 약하다. 경영진이 될 때쯤의 간부는 가끔 가치관의 혼돈을 경험한다. 주위와 손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무조건 쓰러뜨리고 가야 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로 갈수록 경쟁모델이 아니라 공생모델을 택하는 게 옳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상의 변화 속도나 규모가 개인이나 단독 기업이 헤쳐 나가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핵심 경쟁력을 남기고 비핵심 부문은 아웃소싱하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개인의 경쟁력도 20년 이상 쌓아온 핵심 부문에 남기고 나머지는 그쪽 분야 전문가들과 손을 잡아야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사내 경쟁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중요한 포인트는 동종 업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동종 업계에서 공생모델을 택하다간 담합이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울 가능성이 아주 낮다. 사장감의 전화통화는 달라야 한다. 부탁이 아니라 배려를 보여야 옳다. “제가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게 뭐 없을까요?”라는 질문이 입에 달려야 한다. 당신은 항상 고맙고 복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