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교육 한류' 다…'한국 유학파'가 대접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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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비 유학생 97명, 中·日 아닌 한국行 선택
"이공계 연구실 최고 수준…영어수업 등 환경 더 좋아"
"한국 발전 원동력은 교육" 유학생 10년새 8배 늘어
7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연료전지 실험실. 스테파니 코스타 씨(24) 등 네 명의 브라질 대학생이 한양대 학생들과 함께 2차전지 작동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브라질 정부가 올해 9월부터 시작한 ‘국경없는 과학(SwB·Science without Border)’ 과정을 통해 한국에 온 교환학생이다.
SwB는 이공계 인력 육성을 위해 4년간 10만명을 해외 우수 대학·연구소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학생이 미국이나 유럽행을 선택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일본을 제치고 한국만 파견지역으로 지정돼 97명이 왔다. 남미에서 한국에 온 국비 장학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SwB 학생들을 인솔한 다니엘 핑크 주한 브라질대사관 과학기술담당관은 “한국은 이공계 연구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영어 등 교육 환경이 좋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브라질은 물론 남미 전역 학생들이 한국 유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K팝 등 문화에서 시작한 ‘한류(韓流)’가 교육에서도 불고 있다. 중국에 편중돼 있던 유학생 비중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남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 유학에 필요한 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응시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만1646명에서 해마다 수천명씩 늘어 10년 만인 2011년 8만9537명까지 불어났다. 교과부는 내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01년까지 일본 출신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2003년부터 중국 유학생이 역전한 이후 급속히 늘어 2009년 전체 유학생의 70%를 넘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의 지방대 쏠림 현상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묻지마 해외 유학’ 때문에 교육수지 적자(해외 지급액-국내 유입액)가 매년 40억달러를 넘어선다는 것도 해묵은 과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인된 한국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각국이 한국 교육을 다시 보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난해 중국인 유학생 비중은 66%까지 내려간 대신 유럽과 중남미 등 다른 지역 유학생들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2707명), 러시아(696명), 인도(631명), 프랑스(548명), 영국(193명) 등은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유학생을 한국에 보냈다.
브라질이 SwB 대상국으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선택한 것도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의 현지 활약에 힘입어 한국 대학들까지 잘 알려진 덕분이다. 브라질은 영국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 150위 이내 대학에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150위권 밖인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을 포함해 국내 9개 대학은 예외로 하고 있다. 서유미 교과부 국제협력국장은 “브라질 정부는 대덕연구단지 같은 과학 단지를 브라질에 함께 만들자는 요청도 해왔다”고 전했다.
‘교육 한류’는 대한민국 교육 모델 수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들은 아예 한국의 대학 모델을 그대로 심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이장규 전 서울대 교수를 총장으로 영입한 에티오피아 국립 아다마과기대에서는 현재 포스텍이 신소재공학과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들도 한국의 발전이 교육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유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교육 한류’는 이제 막 시작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우/정태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