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5' 초반 돌풍…국내 IT株 영향은?

명불허전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혁신은 없었다'고 혹평했지만 애플의 아이폰5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5에 대한 온라인 예약주문을 시작한 지난 14일 하루 동안 200만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아이폰4S가 예약주문 첫날 100만대가 판매됐던 것에 비하면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이폰5의 인기가 생각보다 뜨겁다"며 예상 판매량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서비스 업체간 보조금 경쟁으로 이미 아이폰5 대기수요가 흡수됐고 국내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강해져 애플의 선방이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의 판매 추이를 고려할 때 지난 아이폰4S의 3일간 판매 기록(400만대)도 웃돌 가능성이 높다"며 "9월과 12월 분기 아이폰5의 판매량 추정치를 각각 1000만대와 3700만대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이폰5가 폭발적으로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적지 않은 국내 사용자들이 아이튠즈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통신서비스 업체간 보조금 경쟁으로 갤럭시S3의 가격이 크게 하락해 아이폰5 대기수요를 상당수 흡수했다는 설명이다.

아이폰5가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경쟁사 제품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이미 애플과 함께 투톱 반열에 올라선 삼성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부활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노키아,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 제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 LG전자에게도 기회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도 "아이폰5의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아이폰5과 경쟁사 스마트폰과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좁혀졌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아이폰5가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LG전자의 옵티머스 G 모델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타 제조사들이 충분히 공략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존이 최우선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제품간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가격 경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LG전자로서는 G폰 출시가 그만큼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적어도 2위 그룹(2ND Tier) 제조사 내에서는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아이폰5의 초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인터플렉스, 아모텍, 이녹스 등이 아이폰5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