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日은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려 하는가

만주사변 발생 81주년이 되는 9월18일이었던 어제 중국 전역이 반일(反日)구호로 뒤덮였다고 한다. 중국의 국치일인 이날 오전 9시18분에 맞춰 랴오닝성 선양에선 수천대의 차량이 동시에 경적을 울린 것을 비롯 100여개 대도시에서 조직적인 일본 규탄시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이다. 휴어기를 마친 어선 1000여척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로 몰려갔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실력으로 주권을 지키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파나소닉 등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일본회사들은 시위대 난입에 대비해 공장문을 닫아야 했다. 마치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의 침탈에 맞서던 항일투쟁을 보는 것 같다.

1931년에 일어난 만주사변은 일본이 철도를 폭파한 뒤 중국의 소행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중일전쟁을 일으킨 사건이다. 일본은 중국 만주국을 세운 다음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푸이를 국가원수로 삼아 중국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중국인들이 센카쿠열도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기업에 방화하고 일본상가를 약탈하는 원시적 반일감정을 표출하는 것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도 깔려 있다.그러나 영유권이란 뜨거운 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이는 증오의 대결을 부추겨 혼란의 깊이를 더할 뿐이다. 이미 이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경제제재를 하면 살상력이 높은 일본의 급소를 공격할 것이며 일본경제는 20년 후퇴할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다. 중국의 핵 잠수함이 센카쿠열도로 향했다는 설도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에 자위대 군함을 증파 했다. 미·일안보조약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일본을 방문한 리온 파네타 미국 국방부장관과 미사일방어용 고성능레이더기지를 일본에 추가 설치키로 합의하면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세계인구의 22%, 세계 GDP의 19.6%, 교역량의 17%를 차지한다. 바로 이곳이 혼란과 긴장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 열강과 중·일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던 100년 전 동북아의 혼란도 연상된다. 아시아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타적 민족주의와 정치적 이해에 함몰된 양국 지도자와 국민들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