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배치 '겁주는' 中…특사파견 '손내민' 日

센카쿠에 함정 보내고 3급 전투 태세
반기문 총장 "유엔 총회서 해결방법 찾자"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 해역에 서로 군함을 파견,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의 어선과 해양감시선 군함 등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식을 예정대로 열기로 하는 등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자위대 군함 대치일본 후지TV는 20일 정부소식통을 인용, 2척의 중국 군함이 센카쿠 서북쪽 80㎞ 해상에서 항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카쿠 근해에 중국 군함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일본이 40㎜ 기관포를 장착한 1000t급 순시선 아소함을 추가 배치한 데다 자위대 군함까지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센카쿠 해역에는 일본 자위대의 P3C 정찰기가 비행하고 있고 자위대 군함도 이곳을 향해 이동 중이다. 중국 해군 함정과 일본 자위대 함정은 1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해군 함정에는 장거리 유도탄이 장착돼 있어 언제든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상태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최근 7대 군구 가운데 5개 군구에 ‘3급 전투대비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의 전투대비태세는 최고 4단계다. 3급 전비태세가 발령되면 전투요원의 휴가와 외출이 금지되고 장비 검사 및 보충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중국은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됐을 때 3급 전비태세를 발령했다.일본에서도 중국계 학교와 상점에 대한 공격이 잇따랐다. 지난 18일 밤~19일 오전 후쿠오카시에 있는 4곳의 중국 식당과 상점들이 돌멩이 세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효고현에 있는 화교계 중화통원(中華洞文)학교도 19일 방화 피해를 입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에 “주일 중국 단체 및 교민에 대한 폭력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관련자를 의법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대화 해결 모색

물밑에서는 양국 간 대화 분위기도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중·일 양측이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9일 민영 방송인 TV아사히에 출연, “센카쿠 국유화 조치로 어느 정도의 마찰은 예상했지만 시위 규모가 의외로 컸다”며 “센카쿠 국유화 의도 등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중국 역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27일 열기로 했던 양국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식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일본 측에 통보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데 점점 더 당혹스러움을 느낀다”며 중·일 영유권 분쟁에 대해 처음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모든 관계 세력에게 대화를 통해 이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달 하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양국의 외교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반일시위대의 습격으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일본 기업들도 속속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18일부터 가동 중단됐던 혼다자동차의 3개 공장이 다시 조업을 시작했고, 21일까지 휴업 예정이던 마쓰다자동차도 이틀 앞당겨 19일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소매점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 내 과격시위로 수백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던 대형마트체인 이온은 대부분의 매장을 다시 열었고, 편의점체인인 세븐앤드아이홀딩스도 19일부터 정상영업을 시작했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