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학원, 교비 빼돌려 131억 불법 비자금 조성

교육청 감사서 적발…8년간 별도 계좌에 적립
교장 등 25명 수사 의뢰
홍익대 홍익대부고 경성고 등을 운영하는 홍익학원이 학부모들이 낸 수업료와 교육청 지원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하며 8년간 1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적립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학교법인 홍익학원 산하 8개 초·중·고교를 감사한 결과 교육에만 쓰게 돼 있는 교비 가운데 131억원을 빼내 별도 계좌에 쌓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26일 발표했다. 법인 소속 학교 중 홍익대를 제외한 홍익대부속초등 홍익대부중 홍익대부고 홍익대부속여중 홍익대부속여고 홍익디자인고 경성중 경성고 등 8개교가 교육청 감사 대상이다. 시 교육청은 이면영 홍익학원 이사장(79)과 전·현직 교장, 행정실장 등 25명을 사립학교법 위반과 형법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2003년부터 8년간 수업료, 교육청이 지원하는 재정결함보조금 등으로 이뤄진 교비의 일부를 매년 별도 계좌로 전출해 일종의 비자금 형태로 적립했다.

수업료나 기타 납부금, 교육청의 보조금은 모두 교육비로 써야 하며, 한 해 쓰고 남은 돈은 다음해 교비로 이월해야 한다. 일단 교비에 들어간 돈을 다시 빼는 것은 사학법 위반이다. 교비를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장부에는 지출로 표기하고 실제로는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겼기 때문에 횡령 혐의도 추가됐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홍익학원 법인과 학교들이 별도 계좌로 관리해 온 불법 적립금은 이자 24억원을 포함해 155억원에 달했다. 불법 적립금 중 일부는 다시 학교회계로 편입시켜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사 신·개축 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특히 연간 학비 부담이 1000만원에 달하는 홍익대부속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낸 수업료를 빼돌려 쌓은 돈이 8년간 50억원에 달했다. 최경호 시교육청 일상감사팀장은 “재정결함보조금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은 경우 외에는 지원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며 “이 학교들은 다음해로 넘겨야 할 돈을 적립금으로 빼돌렸고 이는 결국 교육청에 지원금을 과도하게 신청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육시설개선비 등으로 사용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109억원 중 72억원은 각 학교 교비에 돌려주도록 하고 나머지 37억원은 교육청에 반환하도록 조치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