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도만능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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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1998년 인간 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하자 세계 의학계가 흥분했다. 파킨슨병, 뇌성마비, 척추손상,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불치병을 말끔히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생명윤리 논란을 피하면서 부작용 없는 줄기세포 연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임신 초기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배아줄기세포는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바뀔 수 있는 만능세포다. 호르몬이나 주변환경, 화학물질 등의 영향을 받아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분화력이 커서 치료효과가 뛰어나지만 난자를 쓰는 탓에 생명윤리 문제를 유발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주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대체하는 기능을 한다.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피부가 생기는 것도 성체줄기세포의 작용이다.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 능력은 떨어지나 골수, 뇌세포 등 이미 성장한 신체조직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윤리논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가장 최근에 개발된 게 유도만능줄기세포다. 2006년 일본 교토대가 30대 백인 여성의 얼굴 피부세포에서, 2007년 미국 위스콘신대는 아기 피부세포에서 각각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피부나 심장 등 완전히 자란 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만들었다고 해서 ‘역(逆)분화줄기세포’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인위적으로 줄기세포 능력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세포다.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분화능력이 탁월하면서도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다만 암 발생 우려가 높다는 약점이 있다.
교토대 사이토 마치노리 교수 연구팀이 쥐의 피부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새끼를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먼저 암컷 쥐 피부에서 떼어낸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변환한 뒤 그 줄기세포를 난자로 자라게 했다. 이어 수컷에서 채취한 정자와 체외수정을 시켜 새끼까지 얻어냈다고 한다. 지난해엔 같은 방식으로 쥐 정자도 만들었다. 당초 불임(不姙) 원인과 해법을 찾는 연구로 출발했으나 복제 인간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리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연 24%씩 성장하고 있다. 불치병 치료에서 기존 의학을 넘어설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32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임상연구만 해도 수천건이 진행 중이다. 무병장수를 향한 인간 집념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