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전쟁] 동부팜한농, 몬산토코리아 인수…'농업의 반도체' 종자를 확보하라

동부팜한농은 지난달 외국기업에 팔렸던 종자기업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했다. 동부는 농업부문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키워갈 방침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농업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김 회장은 “농업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반드시 육성돼야 할 국가기간산업”이라며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김 회장의 신념을 바탕으로 동부는 1980년대 후반 비료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작물보호제, 종자, 동물약품, 첨단영농, 농산물 가공유통, 바이오 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몬산토코리아 인수 역시 김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지난해 초 몬산토가 한국, 중국,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종자사업 시장전략을 재편한다는 정보를 보고받은 김 회장이 몬산토코리아를 반드시 인수하라고 지시했다”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개월간 협상을 벌인 끝에 인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몬산토코리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다국적기업 세미니스가 국내 종자분야 1, 3위였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해 설립한 세미니스코리아를 몬산토가 사들이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동부팜한농의 인수로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내고 사먹어야 했던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같은 한국 대표 품종들이 15년 만에 우리 손으로 되돌아 왔다. 동부의 몬산토코리아 인수가 다국적기업들에 넘어갔던 ‘종자주권’을 되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동부팜한농의 종자산업은 1995년 한농종묘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로서 농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근간”이라며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꾸준히 투자해 1차 산업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농업을 미래형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부는 경기 안성에 있는 육종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꾸준히 전문가를 영입해 왔다. 동부팜한농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고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원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종자와 바이오작물 종자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해외 현지 적합 품종을 개발하고 작물보호제비료상토 등 다른 농자재들과의 패키지 상품을 확대, 세계 종자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몬산토코리아 인수로 동부는 종자분야 업계 1위로 올라섰다”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농업바이오 기업이라는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