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로 제조·수출까지…구멍 뚫린 의료기기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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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委 국감건강과 직결된 의료기기 안전과 관련한 정부 행정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상습적(2회 이상)으로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업체가 549곳에 달했다. 또 무허가 의료기기를 판매해 적발된 업체는 324곳이었다.동양전자의료기는 저주파자극기 의료용흡인기 등에 대한 품질관리기준 미충족 등으로 9회의 행정처분(영업·제조·수입정지 등)을 받았다. 이 밖에도 코리아레이저 이스턴스타 한신메디칼 소망메디칼 씨엠의료기 일진전자 등이 상습 위반업체로 분류됐다.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의료기기를 제조·수입·판매해 온 업체도 많았다. 코아의료기는 쑥뜸기 적외선조사기 등을 무허가 제조 판매하다 적발됐다. 제이시스메디칼과 비메디칼솔루션은 저주파자극기, 레이저제모기 및 수술기 등을 무허가로 제조 판매했고 수출까지 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으면 폐업신고 없이 곧바로 문을 닫고 도망가는 수법으로 식약청을 농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549곳 중 509곳이 ‘소재지 시설 없음’으로 허가취소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장에 풀린 무허가 의료기기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의료기기 산업의 영세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의료기기 업체는 1958개, 이 가운데 생산액이 10억원 미만인 업체가 1523개로 약 78%였다. 반면 생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업체 143곳이 전체 의료기기 생산액(3조3664억원)의 73%를 차지했다. 적발된 업체가 다뤘던 의료기기 품목은 안전등급이 낮은 1·2등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2등급 제품 가운데서도 주사기, 개창기, 튜브, 일반 카테터 등 인체에 삽입되는 제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이미 퍼진 무허가 의료기기가 건강에 미칠 위험은 크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