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뜨겁게 끓는 보일러 大戰
입력
수정
10~12월 보일러 판매 최대 성수기…올해 생산물량 130만대 달성 기대
에너지 절감·스마트 기능 탑재 등 귀뚜라미·경동·린나이 광고전 '후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보일러 시즌이다. 보일러업계에서는 10월부터 12월까지가 최대 성수기다. 연간 100만대인 보일러 판매량 중 80~90%가 이 시기에 팔린다.
보일러 시장 대목은 보일러 광고로 시작한다. 올해 광고전은 귀뚜라미홈시스가 지난달 말부터 먼저 시작했다. ‘귀뚜라미 아저씨’로 불리는 제일기획 출신 카피라이터 오경수 씨를 10여년가량 모델로 썼던 이 회사는 올해 새 모델을 기용했다. ‘개그 콘서트’에 출연하는 4명의 개그맨이 그들. 귀뚜라미는 ‘4가지 이유로 인기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내세워 ‘걱정없는 4번 타는 보일러’를 선전하고 있다. △김준현 편에서는 “가스비가 홀쭉해졌네” △허경환 편에서는 “가스비 무서우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김기열 편에서는 “인기 없어도 가스비는 걱정 없다” △양상국 편에서는 “이래봬도 가스비는 꽉 잡았다” 등 캐릭터별 유행어로 가스비 절감을 강조하고 있다.경동나비엔도 15일부터 반격에 나섰다.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로 경동보일러를 국내 대표 보일러로 각인시킨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1등, 국가대표 보일러’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인 메시지를 강조한다. ‘닭과 알’ 편과 ‘만국기’ 편 등 두 편의 광고를 통해 ‘우리 제품은 이래서 좋다’는 주장을 던지고 있다. 최기영 경동나비엔 홍보팀장은 “우리 것이 무조건 더 좋다는 식의 모호한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지양하고 정확한 실체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광고의 목표”라고 말했다.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여배우 박하선 씨를 새 모델로 내세웠다. 사극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았고 또 시트콤 하이킥에 출연한 박씨가 고전미와 현대적인 감각을 두루 갖춰 자사 제품에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귀뚜라미홈시스 경동나비엔 린나이코리아 등 국내 보일러 3강의 보일러 판촉전이 뜨겁다. 보일러는 연료에 따라 크게 연탄, 기름, 전기, 가스보일러로 나뉜다. 이 중 대세는 가스보일러다. 기름보일러는 유가 상승 때문에, 전기보일러는 효율성이 떨어져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보일러 생산량은 112만대. 2010년 생산량(101만대)보다 10.8% 늘어났다. 가스보일러 판매량은 신도시 건설 붐을 타고 2001년 100만대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2002년 127만대라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한 후 시장 위축 등으로 100만대 안팎에 머물다 지난해 기록적인 한파 등으로 다시 크게 늘어났다. 업계는 올해 130만대 달성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가 올 시즌 판촉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콘덴싱(condensing) 보일러다. 한 번 쓴 열을 계속 활용하는 기술을 채택한 콘덴싱 보일러는 기존 보일러 제품보다 연료를 20~30% 덜 쓰면서도 안전성과 디자인, 편리성이 뛰어난 게 특징. 현재 공공부문 주택의 경우 고효율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일반화 하고 있고 대형 건설회사도 신축 아파트에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최근 한국의 온돌형 거주 형태에 적합한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와 ‘거꾸로 하이핀 보일러’ 등 두 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는 저탕식 보일러로 크기를 줄이면서 열 효율과 온수량은 크게 늘린 제품. 거꾸로 하이핀 보일러는 온돌 난방에 적합한 열교환기를 장착해 부식이 적은 게 특징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달 14일 임직원과 협력사 대표, 건설업체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산공장에서 ‘2012년 귀뚜라미 신제품 출시 기념식’을 갖고 2015년 그룹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통해 세계 초우량 냉난방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1988년 첫 콘덴싱 보일러 제품을 출시, 20년의 콘덴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나비엔 콘덴싱on水’ 보일러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제품은 스테인리스 일체형 열교환기로 보일러의 효율은 높이면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강화한 게 특징. 또 콘덴싱의 응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열면적을 넓혀 제품의 열효율 증진은 물론 부식 현상을 말끔히 해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동은 곧 전국 350여개 대리점 및 설비 시공인을 대상으로 전국 7개 주요 도시를 돌며 제품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이달 준공 예정인 인재개발원으로 전국 설비 시공인들을 초청해 주력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 등 보일러 기기와 콘덴싱 온수기를 결합한 난방·온수 멀티 제어 시스템에 대해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린나이코리아는 자동(auto) 모드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보일러(모델명 R330)를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제품은 보일러 스스로 실시간 실내외 온도를 측정해 쾌적한 난방과 온수를 자동으로 공급한다. 스마트 비례제어 시스템은 좌우 3단뿐만 아니라 상하 불꽃 크기를 5분의 1까지 세밀하게 조절해 꼭 필요한 만큼 난방할 수 있고, 에코 디스플레이 기능으로 에너지 절약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저녹스 버너를 채택해 일산화탄소는 70% 이상, 질소산화물은 50% 이상 배출량을 감소시킨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 보일러 대비 크기는 30%, 무게는 17% 이상 줄여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린나이코리아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본사 직영 사후관리서비스(AS) 시스템을 구축, 전국 33개 고객서비스센터에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이 강한 540여명의 전문요원이 소비자의 고충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있다.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는 연료 효율성이 좋고 친환경적이지만 아직 다른 보일러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제조업체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지원해주는 활동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