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문가에게 현대·기아차 경쟁력 물어봤더니···

악셀 안돌프 벤츠 컴팩트카 전략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현대·기아차 성장속도 놀랍다” “벤츠의 위기 해법은 명품 브랜드 전략”

“현대·기아차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자동차 메이커가 됐다. 몇 년간 이룬 발전 성과가 놀라울 정도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동북아 브랜드 워크숍'의 미디어 초청 만찬. 독일 다임러그룹 본사에서 근무하는 악셀 안돌프 벤츠 컴팩트카 전략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사진)는 현대·기아차를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단기간 ‘글로벌 빅5’ 자리에 오른 것은 존경스럽다”며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생산시스템(양산 능력)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현대·기아차 생산기술의 장점에 대해선 “집중 생산 및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춘 점과 같은 플랫폼(차체 뼈대)을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기술 등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몽구 회장의 강한 리더십은 인정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존재가 전부는 아니며 우수한 인재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경기 악화로 판매량이 급감했으나 독일 자동차 업계는 판매 감소 영향이 크지 않았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스페인(11.0%↓) 프랑스(13.8%↓) 이탈리아(20.5%↓) 등 주요국에선 자동차 수요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독일은 1.8% 감소에 그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경우 올 들어 유럽 내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로 올라선 아우디는 52만6402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4.8%나 증가했다. 2위 BMW는 46만3055대를 판매해 1.3%, 3위 벤츠는 42만8411대를 팔면서 2.1% 각각 줄었다. 대중차 브랜드인 푸조, 시트로엥, 르노, 피아트 등 다수 업체들이 전년 대비 10% 이상 판매량이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안돌프 매니저는 독일 시장이 유럽 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 있었는지 묻자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나 각 업체별 인센티브 정책은 없었다”고 밝혔다. 벤츠 등 고급차 회사들의 생존 비법은 명품 이미지를 강화하는 브랜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경쟁 업체들이 차값 할인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내놨지만 벤츠는 프리미엄 이미지 고수로 판매 공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벤츠’란 명품 브랜드의 견고한 인지도가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판매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 비결로 꼽았다.

슈투트가르트=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