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유독 외로움 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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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 아하! 그렇군요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유독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왠지 쓸쓸해지고 옛 추억이 떠오른다는 것.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명 중 15명이 이처럼 ‘가을을 탄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 호르몬 때문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면 해가 짧아진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뇌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을 평소보다 적게 분비한다. 세로토닌은 우울함과 짜증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감정 조절도 잘 안된다. 이 같은 현상은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더욱 감소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니콜 프라삭리더 박사팀은 평균 33세인 성인남녀 88명을 대상으로 1999~2003년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를 이용해 뇌를 분석한 결과 “가을과 겨울엔 세로토닌 운반체의 밀도가 봄과 여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혈관이 수축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여름에 이완된 혈관은 가을이 되면 다시 좁아진다. 혈관이 넓으면 체온을 빨리 빼앗기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을 잘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바깥으로 나온 체액은 세포로 흡수되는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은 쉽게 피로해진다. 이 때문에 가을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현상은 남성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가을을 탄다. 가을에 ‘계절성 우울증(SAD)’을 앓는 이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그 원인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일조량 변화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 햇볕을 많이 쬐야 한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광 치료’를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반 방 밝기의 20배에 달하는 빛을 1~2m 거리에서 하루 10~15분간 쬐는 것. 광 치료를 받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돼 수일 내에 우울증 증상을 극복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