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대오…' 주연 김인권 "철가방 민주투사의 구애작전…색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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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엔터테인먼트‘명품 조연’ 김인권(34)이 첫 주연을 맡은 상업 영화에서 코믹 본능을 폭발시켰다. 25일 개봉한 육상효 감독의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다.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본 ‘해운대’에서 불량스러운 백수 역을 밉지 않게 해낸 그는 액션대작 ‘퀵’의 폭주족 출신 교통경찰을 거쳐 상영 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의 ‘허당 호위무사’로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육 감독과 함께한 영화 두 편에서 주연을 했다. 저예산 독립영화 ‘방가? 방가!’에서 취업을 위해 부탄인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전두환 정권의 엄혹한 정치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낸 ‘강철대오~’에서는 짝사랑하는 여대생 때문에 1985년 부산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에 휩쓸리는 짜장면 배달부 강대오 역을 해냈다.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제가 첫 주연한 ‘방가? 방가!’는 독립영화로 흥행에 성공했어요. 상업 영화에서 주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상업 영화란 한마디로 관객들이 기대를 갖고 보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방가? 방가!’ 때보다 호평이 훨씬 많습니다. 펑펑 우는 관객들도 적잖아요. 1980년대식 순수한 정서가 먹히는 것 같아요.”
‘강철대오~’는 독재 정권 치하의 아픔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대학생들의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이란 소재만 빌려왔을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순전히 구애작전으로 메워진다. 강대오에게는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야말로 구국의 혁명이다.
“육 감독이 맨 처음 전대협의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할 때는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시위대 속에 철가방이 들어간다는 대목에서 ‘빵’ 터졌죠. 철가방이 우연히 영웅이 되는 스토리에 웃음이 나더군요. 강대오의 진심어린 사랑이 감동적이기도 하고요.”점거 중인 대학생들이 미 문화원 직원들과 ‘발’(엉터리)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이나 시위대의 돌멩이를 철가방으로 막으면서 전진하는 장면 등이 웃음을 준다. 운동권 은어로 프락치(첩자)를 가려내고, 중식당 은어로 어려운 상황임을 알려주는 장면에서도 폭소가 터진다. 강대오가 취재진에게 ‘짬짜라이 짬자이 미문찝 뻥개 배달해야’(짬뽕과 짜장을 많이 미 문화원에 신속하게 배달해달라는 뜻)라고 한 말이 방송을 타고 나간 뒤 짜장면 배달부들이 떼지어 달려온다.
“영화에서 조연과 주연을 넘나들다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조연은 주목받지 못한다는 열등감이 있지만 몸은 편하죠. 영화를 대표하지 않으니까 책임감도 적고요. 하지만 주인공은 흥행 부담 탓에 몸이 피곤해요. 출연 분량이 많아 강행군을 해야 하니까요. 다만 제가 스타일을 정하니까 연기하기 편한 게 장점이에요.”
그는 철가방을 한 손에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장면을 찍다가 넘어져 팔을 다쳤다고 한다. 시위 장면 촬영 때는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여기저기 피멍이 들어 고생했다. 사랑을 쟁취하려던 강대오가 민주화 운동 주동자로 오인받고 짜장면집 배달부가 모인 전국철가방협회(?)를 경찰들이 좌익단체로 몰아가는 장면에서는 억압의 시대상이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돌이켜보면 웃기는 역할을 했을 때 흥행 성적이 좋았어요. 앞으로 코미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채플린이나 성룡처럼 일가를 이루고 싶어요. 코미디언은 캐릭터에 대한 장악력이 더 커야 합니다. 무슨 역할을 맡던 캐릭터 자체가 스펙터클한 느낌을 줘야 하거든요. 풍자 정신도 갖춰야 하고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