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고금리 현금서비스 '위험수위'

NH농협, 年 24% 넘는 회원 1년5개월새 두배
SC은행은 전체 회원의 80%
시중금리 내려도 카드 이자 올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신용카드로 고금리 현금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은 연 24%가 넘는 금리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비중이 1년5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에서 연 24~30%의 금리를 적용받은 회원 비중은 작년 3월 19.3%에서 지난 8월에는 47.49%로 급등했다. 1년5개월 새 고금리 현금서비스 이용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에서 24% 이상 고금리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비중도 28.86%에서 46.56%로 높아졌다.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KB국민카드 고객 중 25%가량은 연 28%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금리 현금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증가하는 현상은 다른 카드사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년5개월 새 연 24% 이상 현금서비스 이용 회원 비중은 신한카드가 39.45%에서 48%로 늘었고 롯데카드도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경우 전체의 68.82%였던 연 24% 이상 적용 금리 고객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저신용 고객 중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고금리 적용 대상도 자연스럽게 늘었다”며 “특히 현금서비스 연체 고객이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금리가 높아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금서비스에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지만 카드사들은 오히려 금리를 소폭 올렸다. 작년 1분기 전업계 6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입비율은 21.79%였으나 올해 6월에는 22.7%로 0.91%포인트 증가했다. 수입비율이란 카드사들이 1년간 현금서비스로 얼마를 빌려줬고 이자로 얼마를 받았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연평균 이율과 같다. 결국 현금서비스 금리가 1% 정도 오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발급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잇따른 규제로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한 해 1조원 가까운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시장금리 인하로 조달 비용이 떨어지고 있는데 현금서비스 금리를 올린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4%대 중반이었던 카드채 금리는 올 하반기에는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카드업계는 연체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10년 말 2.5%였던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올 6월 말 3.2%로 0.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금리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현금서비스 이용 회원들의 금리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