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중간평가] "무상의료·노령연금확대는 '포퓰리즘'…재원대책 두루뭉술"

복지 분야

'0~5세 무상보육' 등은 가능성 높아
반값등록금 의견 팽팽…"증세 불가피"

복지 분야에서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주까지 내놓은 공약은 모두 26개다. 한국경제신문 공약평가단 설문조사 결과 이 가운데 10개(38.5%)가 ‘실현 가능성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 공약은 7개(26.9%), 의견이 팽팽히 엇갈려 평가가 보류된 공약은 9개(34.6%)였다.

◆무상의료 “실현 가능성 낮다”후보별로 보면 박 후보의 공약 6개 중 5개가 ‘실현 가능성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0~5세 무상보육’ ‘고교까지 의무교육 확대’ ‘저소득층 워킹맘(근로자 평균소득 120% 이하 가구) 자녀에 연간 최대 50만원 세액공제 혜택’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임기 내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놓고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복지 공약(12개)을 가장 많이 내놓은 문 후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정받은 공약이 5개로 ‘실현 가능성 있다’(4개)는 공약과 비슷했다. ‘전면 무상의료 실시’는 응답 전문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100%로 확대’ ‘본인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등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성고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까지 확대’ 등은 실현 가능성 있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안 후보는 8개 공약 중 ‘아동수당제 도입’ ‘공공보육시설 이용 아동 30% 이상으로 확대’ 등 5개가 판정보류로 나왔다. ‘고교 무상교육’은 실현가능한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 평균소득 10% 수준으로 인상’ 등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복지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공약’을 묻는 질문에는 ‘전면 무상의료 실시’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을 꼽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0~5세 무상보육’ 등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됐다.

◆복지재원 대책 “솔직하지 못해”

각 후보가 제시한 복지재원 대책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정직하지 못하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우선 ‘어느 후보의 복지재원 대책이 가장 타당한가’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세 후보 모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박 후보는 ‘60 대 40 원칙’(재원 60%는 지출 축소로, 40%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세원 발굴로 마련), 문 후보는 ‘부자감세 철회와 재벌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 안 후보는 ‘세출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 후 단계적 증세’를 재원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 후보의 재원 대책에 대해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 분석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무성 숭실대 교수는 “재원의 60%를 지출 축소 등으로 마련하는 것은 무리이며 70%를 세원 발굴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공약을 첫해부터 실행하기 위해선 매년 100조원가량의 새 복지재원이 필요한데 부자증세로 확보할 수준이 아니다”(정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안 후보에 대해 정우진 연세대 교수는 “구체성이 부족해 각 이해집단의 반대에 직면해 정책을 시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결국 “세 후보 모두 복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증세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설문조사 어떻게

이번 설문조사는 ‘한경 대선공약 평가단’ 소속 45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경제민주화·복지·가계부채·주택·노동·교육·정치·통일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 분야별 공약은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나 공약 평가 시 점수를 매길 수 없도록 한 것을 감안해 공약에 대한 평가는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개별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 있다’와 ‘실현 가능성 낮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응답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기준으로 실현 가능성 여부를 판단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