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삼양홀딩스, 식품부문 수익 안정적…'화학' 실적회복 관심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서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선전해 온 경기방어주에 투자하기엔 상승 피로감이 걱정이고, 낙폭이 컸던 경기민감주를 사들이기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갈피를 잡기 어려운 최근 증시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종목이 삼양홀딩스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양홀딩스를 교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일컫는 주식연계증권(ELB)에 비유한다. ELB는 채권의 안정적인 이자수입과 주식의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삼양홀딩스를 ELB에 비유하는 것은 안정성을 기본 바탕으로 고수익·고위험의 요소가 일부 가미된 이 회사의 사업구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의 사업구조는 식품 화학 무역 기타 사업 등 크게 4부문으로 나뉜다. 식품 부문은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을 만들고 패밀리 레스토랑인 세븐스프링스를 운영하며 화학 부문은 자동차용 플라스틱, 페트병, 산업자재용 섬유 등을 제조한다. 무역 부문은 원자재 수입 및 제품 수출을 담당하며 기타 사업부문은 수술용 실, 항암제, 니코스탑과 같은 금연보조제 등을 생산한다.

이 중 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사업부문은 식품과 화학 부문이다.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식품 부문이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라면 경기에 민감한 화학 부문은 회사의 실적을 급신장시킬 수 있는 성장 동력이다.

삼양홀딩스의 매출에서 식품 부문은 매년 50% 내외, 화학 부문은 20% 내외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식품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적의 급격한 악화를 저지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화학 부문이 힘을 내면서 실적을 크게 향상시키는 구조다. 김준섭 이트레이드 연구원은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필수 식재료를 생산하는 삼양홀딩스의 식품 부문은 고정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사업부”라며 “위험관리를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회사의 문화도 경기 상황이 불확실할 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삼양홀딩스의 투자 시점은 화학 부문의 실적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해 3분기 137억원의 이익을 냈던 화학 부문이 올 3분기엔 경기 침체 여파로 15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화학 부문이 회복되는 것을 본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 연구원은 “상반기 식품 부문 실적을 압박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인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있다”며 “주당 8만~9만원이 적정 가격”이라고 진단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