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꿈의 자리라지만 때론 상처뿐인 영광도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회사 가장 중요한 곳에 그만의 공간이 따로 있다. 책상은 가구점에서 말하는 이른바 ‘CEO 책상’이다. 책상 위엔 최고급 디스플레이를 갖춘 컴퓨터가 놓여 있다. 휴대폰과 태블릿PC도 최신형으로 항상 업그레이드된다.

모 경제연구소에서 매주 보내주는 노란색 경제뉴스레터, 그리고 매일 아침 주요 신문의 기사가 요약된 스크랩이 올라온다.아침은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시작한다. 거의 매일 갖는 비즈니스 점심약속 장소도 항상 특급호텔이다. 공직자부터 파트너, 언론인까지 만나는 사람도 좀체 겹치지 않는다. 헤어질 때는 항상 회사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그윽한 표정을 지으며 건넨다.

연말 인사철이면 항상 새로운 CEO들의 얼굴이 신문을 장식한다. 이사를 ‘기업의 별’이라고 부르는데 CEO는 ‘별 중의 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CEO의 모습은 예의 그 남자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CEO들이 이처럼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밑바닥부터 올라간 사람이면 그동안 한 고생이 너무 많아 ‘폼’이 안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사실은 사장이 돼서 겨우 먹고 살게 됐다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사 딸린 차, 언제까지 타겠어?’라고 말하는 사장을 만날 때는 이런 아픔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오너 기업의 사장은 더욱 그렇다.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자리, 회장 대신 형무소에 가는 일도 있었다. 사장이 되는 바람에 전과가 생긴 것 아닌가.

중요한 결정만 내리는 ‘한가로운’ 자리도 아니다. 특히 글로벌 환경이 되면서 고객, 거래선, 주주까지 외국인들이 많아져 뒤늦게 영어를 다듬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회사가 클수록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CEO를 꿈의 자리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많다. 그리고 그 잘못된 인식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상처뿐인 영광이 훨씬 많은 사장 자리에 새로 앉은 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