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부의 수술을 불러들인 검찰
입력
수정
장성호 지식사회부 기자 jas@hankyung.com진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4일 ‘정치검사’ 꼬리표를 붙여 검사장급 이상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검사장급 아래 37명은 ‘검찰권 남용 검사’ 명단에 올렸다. 이들 검사의 정치적 편향 여부는 참여연대의 주장처럼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잘나간다’는 핵심 간부들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를 제공한 검찰이 분명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지난 3일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새사회연대, 사법피해자모임 등 92개 시민단체가 모여 검찰 수뇌부 퇴진 및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나와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단 한명의 검사도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기자와 만난 한 부장 검사는 “검찰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시민단체가 무슨 말을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럼 시민단체 측과 만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떠냐’는 기자의 제안에 그는 “국민들이 정말로 무섭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를 잘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로부터 기소독점권을 부여받은 검사집단이 부패를 상대로 싸울 생각보다, 뇌물이나 성상납 등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지니 망하는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한들 상황이 얼마나 더 나아지겠나”고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니 상설특검제니 하는 제도를 아무리 갖다놔도 대통령이 자기사람을 핵심 요직에 앉히려 하고, 출세에 눈먼 검사들이 맞장구를 치는 이상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대선 주자들이 고강도 검찰 개혁안을 공약으로 일제히 내놓은 데 이어 시민들도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검찰 힘빼기’는 이제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뇌물수수, 성추문, 변호사 알선 등 일반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선 검사들에 의해 일어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조직 일부의 문제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검찰이 살아날 수 있다.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내는 진정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외부에서 메스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
장성호 지식사회부 기자 jas@hankyung.com